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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기고]재난지원금과 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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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성공적인 방역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고 있다. 나는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경향신문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정부와 각종 지자체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아주 믿음직한 일이다. 정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이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이름은 약간씩 다르기도 하지만 비슷하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들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은 이런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는 포함되지만 이주노동자, 동포, 유학생들은 제외된다. 그밖에 대부분의 지자체도 비슷한 기준으로 이주민 중 일부만을 지급대상으로 하고 나머지 이주민은 배제하고 있다.

반면 안산시나 부천시처럼 전체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긴급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외국인들이 우리 산업역군의 중심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도 이번에 (내국인의) 70%인 7만원을 지급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고, 김동희 부천시 의원은 “외국인 신분이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겪고 있는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고 장기체류 외국인에게 지원금 5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제도의 취지는 크게 보면 첫 번째 취약계층 생활지원, 두 번째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살리기다. 즉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상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한정된 기간에 해당 지원금을 소비하게 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주민을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이주민을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는 외국인이 ‘국민’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주민은 함께 코로나19 방역에 참여하고 극복해왔으며 이주민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실직하고 임금체불을 당하는 등 똑같이 피해를 입었다. 국민 여부에 근거하여 지원 대상 기준을 잡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국민’ 기준이 아니라 ‘피해’ 기준으로 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을 고려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헌법에서의 평등은 평균적 정의를 실현하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배분적 정의를 실현하는 상대적 평등을 의미한다. 곧 자의(恣意)의 금지 원칙에 따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두 집단의 조건과 상황이 동일하면, 같은 대우를 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해야 한다. 코로나19에 의한 피해는 국민뿐만 아니라 이주민도 똑같이 당하고 있으므로 상대적 평등 원칙 아래, 이주민에게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차별에 따른 다른 우려도 있다. 정부가 이주민에 대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면 사회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차별 기준이 되어 차별을 정당화할 우려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도 평등하고 차별 없는 선례를 만들어야, 이후 같은 재난 발생 시 그에 근거하여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통합, 평등,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이 성공하고 경제회복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함께 사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미등록 체류자에게도 평등하게 검사,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은 좋은 본보기이다. 이와 같이 이주민을 포함하여 포용적 정책을 펼쳐야 더욱 통합적인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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