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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오태식의 알바트로스] 골프 황금세대 `77` `88` `99`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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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올림픽 해에 태어난 1988년생들은 '마지막 국민학생'이었다. 1996년부터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면서 1995년에 입학한 1988년생들은 '국민학생'으로 입학해 '초등학생'으로 졸업해야 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국초딩 세대'란 말도 붙었다.

1988년생 한국 여자골퍼들은 '골프의 황금세대'로 통한다. 한국 여자골프에 한 획을 그은 박인비, 신지애, 김인경, 이보미, 김하늘 등이 바로 '용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1988년생이다.

1998년 초등학생 박인비는 인생에 전환점이 된 대사건을 TV로 지켜보게 된다. 바로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을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역시 초등학교 4학년생이었던 신지애, 김인경, 이보미, 김하늘도 그 장면을 보면서 '골프 스타'가 되고자 하는 막연한 꿈을 키웠을 것이다. 물론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88둥이'를 낳은 부모들도 남다른 '스포츠 마인드'를 갖고 장차 아이들이 스포츠 스타로 커가는 모습을 기대했다. 그리고 1988년생들은 '세리 키즈'의 주축이 돼 한국 여자골프 황금세대로 성장했다.

박세리는 박인비와 열한 살 차이 나는 1977년생이다. 골프의 기운이 7이 두 번 이어진 '77년'에서 8이 겹친 '88년'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쯤 되면 1999년생 여자골퍼 대표주자가 누구일지 궁금할 것이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전관왕에 올랐던 최혜진이 바로 1999년생이다.

2008년 박인비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할 때 1999년생 최혜진은 초등학생이었다. 박인비가 박세리 선배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보면서 골프 스타의 꿈을 키웠다면 최혜진은 박인비 선배의 US여자오픈 우승 장면을 보면서 미래의 골프 스타를 상상했다. 세리 키즈 뒤를 이어 '인비 키즈'가 등장한 것이다. 77년생 박세리의 꿈이 88년생 박인비로 이어졌다면 그 꿈은 다시 99년생 최혜진에게로 넘어갔다. 다만 인비 키즈는 지금 9가 두 번 겹치는 99년생뿐 아니라 0이 두 번 이어진 2000년생까지 가세해 치열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최혜진의 활약에 못지않게 2000년생들 샷도 뜨거웠다. 지난해 KLPGA 신인왕에 오른 조아연, 3승을 거둔 임희정, 그리고 올해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현경이 모두 2000년생 동갑내기다.

사실 지금 한국 여자골프를 이끄는 주축 선수들은 세리 키즈와 인비 키즈가 골고루 섞여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과 3위 박성현은 박세리와 박인비 모두에게 영향을 받았다. 김세영이나 이정은도 두 대선배의 샷을 보면서 컸다.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박세리는 '꿈의 영속성'에 대해 얘기했다. 어느 순간 세리 키즈란 것이 생겼는데 자신만 잘되고 끝났으면 아무 의미가 없었겠지만 후배들이 성장하고 그 꿈이 이어지면서 그 의미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금 초등학생 골퍼들은 아마도 고진영이나 박성현, 그리고 이정은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 이상형을 떠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진영 키즈' '성현 키즈' '정은 키즈'가 크고 있는 것이다. 꿈은 그렇게 이어진다.

[오태식 스포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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