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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북한 목선 1년 만에 또 뚫린 군…오판·장비 고장·군경 공조도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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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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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전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방파제에서 발견된 흰색 고무보트(왼쪽)와 지난 4월 20일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발견된 검은색 고무보트. 이들 보트는 현재 신진항 태안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보관돼 있다.

지난해 6월 북한 소형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으로 뭇매를 맞은 군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해상 경계태세에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밀입국용 소형 모터보트가 오전에 태안 앞바다로 유유히 들어오는 사이 군 당국의 오판은 물론 일부 감시장비 고장, 군경 간 허술한 공조 체계 등 곳곳에서 허점이 확인됐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중국인 밀입국자 8명을 태우고 출발한 1.5t급 레저보트가 군의 해안레이더에 포착된 건 21일 오전 8시 45분에서 9시 30분 사이입니다.

당시 태배전망대 인근 해상에서 6차례 포착됐지만, 레이다 운용병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레이더 화면상 선박이나 보트 등은 표시되는데, 당시 오전 시간이어서 주변에 활동 중이던 어선 등이 많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게 군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레이더 운용병의 판독 능력은 이미 작년 6월 14일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당시에도 불거진 문제입니다.

당시에도 북한 목선이 해안레이더에 포착됐지만, 운용 요원이 반사파로 오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태안 밀입국 보트는 이어 9시 30분에서 11시 10분, 이어 보트 도착시간 직후인 11시 40분까지 각각 해안복합감시카메라 4회, 열상감시장비(TOD) 3회씩 포착됐지만, 낚싯배와 일반 레저용 보트로 오판해 추적·감시하지 않았습니다.

세 대의 군 감시장비에 실시간으로 총 13차례 포착됐지만, 군이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중국인 밀입국자 8명은 하선 후 도주했고, 이들이 인근에 버린 보트는 이틀 뒤인 23일 주민 신고를 받고서야 군경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군은 4월 19일 같은 루트로 중국인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했다는 사실도 5월 사건 수사가 확대된 뒤에야 인지했습니다.

4월 밀입국 당시 해당 시간대에 일부 감시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이번에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실시간 감지 및 녹화 기능이 있는 TOD는 군이 뒤늦게 확인한 결과 해당 보트가 찍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19일 오전 5시 30분쯤부터 약 다섯시간 동안 녹화 기록이 누락돼 있었습니다.

녹화 영상 전송 관련 부품이 고장 났고, 당일 수리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군의 설명입니다.

해안복합감시카메라의 경우 늑장 재조사로 녹화영상 저장 기간(30일)이 지나 자동 삭제돼 확인하지도 못했습니다.

군과 경찰의 허술한 공조 체계도 문제입니다.

북한 목선 사건을 계기로 당시 국방부는 '군-해경 간 지휘협조체계 강화', '유관기관 간 지휘관 회의 및 실무협의체 정례화' 등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4월 밀입국 사건과 관련해 해경은 의항 해수욕장에 고무보트가 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은 지 두 시간이 지난 오후 4시 30분쯤에야 군에 협조 요청을 했습니다.

뒤늦게 나간 현장 조사에서는 군경 모두 특이점이 없다고 보고 자체적으로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합참 관계자는 "(작년 6월 이후) 경찰과 상황 공유 등은 많이 보강됐고, MOU를 체결해서 상황 공유는 잘 돼 있다"며 "(즉각적인 상황 공유를 위한) 관련 법령도 개정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한편, 최근 태안이 '밀입국 통로'가 된 데 대해서는 코로나19 확산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고 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합참 관계자는 "과거에는 (밀입국자들이) 해상에서 선박에서 작은 배로 옮겨타거나 제주도 무사증 입국제도 등으로 들어와 불법체류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로) 무사증 제도가 중단되면서 밀입국 양상이 바뀐 데 대해 군이 대비해야 했는데 간과했다"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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