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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무(無)라벨 생수는 왜 한 병씩 팔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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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페트병의 라벨지를 없앤 롯데칠성음료의 무라벨 '아이시스 8.0'./칠성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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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가 페트병 재활용율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개발한 무(無)라벨 생수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무라벨 생수는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 묶음으로만 살 수 있고, 편의점 등 집 근처 매장에서 한 병씩은 구입할 수 없다. 왜일까?

바로 환경부의 먹는샘물 표시 기준 고시 때문이다. 환경을 위해 개발된 디자인이 환경부 고시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되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환경부의 먹는샘물 표시 기준 고시에 따르면 생수는 제품에 △품목명(먹는샘물) △제품명 △수원지 △업소명 및 소재지 △유통기한 △무기물질함량 등을 표기해야 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 제품은 대부분 라벨지에 이같은 내용을 기재하고 있다.

무라벨 생수는 이같은 내용을 병뚜껑과 병뚜껑 포장지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고시를 준수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병뚜껑 포장지를 뜯어서 버리면 소비자들이 해당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된다고 보고 롯데칠성음료에 한 병 단위 판매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같은 권고를 받아들여 현재 묶음으로만 무라벨 생수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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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는 무라벨 생수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존 1.5L 제품만 판매하던 무라벨 디자인을 2L와 500ml에도 확대 적용했다. 해당 제품은 현재 묶음으로만 판매되고, 낱개 상품으로는 판매되지 않는다./롯데칠성음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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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감안한 권고라고 설명한다. 생수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란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측도 무라벨 생수가 기존에 없던 상품인 만큼 정부 권고의 당위성을 인정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규제나 고시를 해석함에 있어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생수 정보를 인쇄해 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스마트폰이 보급된 만큼 QR코드에 정보를 담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기존에 1.5L 제품에만 적용하던 무라벨 생수 디자인을 500ml와 2L 제품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무라벨 생수 3종 판매처를 확대해 올해 180 상자 판매를 목표로 세운 상태다. 이를 통해 줄이게 된 라벨 포장재는 1430여만장, 무게로 환산하면 9톤의 폐기물을 줄인 셈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무라벨 생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무라벨 생수뿐만 아니라 음료에도 재활용 공정에서 인쇄층이 분리되는 에코 라벨 도입 등 친환경을 위한 포장재 개선 활동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yhh2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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