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선물가격 마이너스에
원(遠)월물 변경…반등기회 잃어
콘탱고로 롤오버 비용도 급증
美·日·호주 ETF도 수익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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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A씨는 지난 4월 21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유가가 배럴당 21달러로 급락하자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했다. 유가가 반등할 것ㅁ이란 예상과 함께, 국내에 상장된 ETF 중 가장 운용규모가 크다는 믿음이 컸다. 하지만 요즘 A씨는 속이 탄다. 유가는 37달러까지 76% 넘게 폭등했지만, 수익률은 고작 2%다.
A씨처럼 최근 원유선물 ETF에 투자했다 울분을 토하는 투자자들이 엄청나다. 원유가격을 추종하는 ETF가 가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해서다.
▶롤오버 비용 때문?=표면적 이유는 콘탱고(contango)에 따른 롤오버(rollover) 비용이다. 싼 현물을 팔고, 더 비싼 현물을 사는 과정에서의 기회비용이다. 특히 가격 변동폭이 크면 롤오버 비용도 더 높아진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원유 투자를 원하는 급락 시기에는 보통 ‘슈퍼 콘탱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롤오버 비용이 더욱 커진다”며 “월물 교체 시기 단기간 변동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개인들이 원유선물 투자로는 수익을 얻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롤오버 비용을 감안해도 괴리가 너무 크다. KODEX 원유선물 ETF의 추적오차율은 2019년까지 평균 1%대를 유지했다. 코로나19로 유가 변동성이 커진 3월 중순부터 서서히 오르더니 4월 23일(월물변경) 이후 18%대까지 급상승했다.
▶‘미로’에 빠진 운용전략=롤오버 비용보다 더 큰 이유는 ‘미로’에 빠진 운용전략이다.
사실 KODEX 원유선물 ETF가 실제 추종하는 기초자산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다우존스인덱스(S&P DJI)가 발표하는 ‘S&P GSCI 크루드오일 인덱스(Crude Oil Index) ER지수’다.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이 ETF는 유가 움직임 잘 반영하기 위해 최근 월물로만 교체를 진행한다. 6월물 만기가 다가오면 7월물을 사는 식이다.
그런데 삼성자산운용은 4월 21일 WTI 5월물 선물가격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22일 장 중 6월물 마저 배럴당 6.5달러로 기록하자 23일 월물 분산을 단행했다. 6월물 비중을 73%에서 34%로 줄이고, 7월물(19%), 8월물(19%), 9월물(9%)로 자산을 분산시킨 것이다. 6월물 정산 종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투자금 전액을 잃게 될 수 있거나, 증거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진입하면 선물 포지션 축소에 나서야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 “왜 멋대로” vs 운용사 “불가피”=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이 패시브 자산인 ETF를 임의로 운용, 추후 반등에 따른 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보고 소송에 들어갔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ETF의 정상적 운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편입자산을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KODEX 원유선물 ETF 신탁계약서에는 “기초지수를 추종할 때 필요에 따라 조합하거나, 운용대상 자산을 적절히 변경해 운용할 수 있다. 상기의 방법 외에 기타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운용될 수 있다”고 적혀있다.
KODEX 원유선물 ETF가 추종하던 S&P 지수도 4월 마지막주 특별변경을 통해 6월물을 모두 7월물로 바꿨고, 이후 추가로 7월물을 8월물로 교체했다. 이 때문에 현재 KODEX 원유선물 ETF는 8월물 78%, 9월물 8%을 보유하게 됐다.
▶세계 최대 원유ETF의 패착(?)=엎친데 덮친 격으로 KODEX 원유선물 ETF의 또 다른 편입자산인 ‘USO(United States Oil Fund LP)마저 월물 변경으로 유가 흐름과의 괴리가 커졌다. USO는 미국 최대 원유 ETF로 국내 투자자들이 ‘직구’하는 대표적 상품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원유선물 ETF는 파생상품 위험평가액을 100% 밑으로 가져가야한다. KODEX 원유선물 ETF도 원유선물을 90%로 편입하고, 나머지 10%를 파생상품이 아닌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바로 ‘USO’다.
USO는 보통 근월물 투자 비중이 큰데, 현재는 평소와 달리 원원물 비중이 높다. USO는 7월물(11%), 8월·9월·10월물(각각 15%), 11월물(7%), 12월물(25%), 2021년 1월물(1%), 2021년 6월물(10%) 등으로 편입 월물을 분산한 상황이다.
근월물일수록 유가 흐름에 민감하기 마련인데, USO도 원물 교체 및 분산으로 유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간의 하락분만 반영돼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유가가 76% 오를 동안 USO의 수익률은 -12.6%다. 이를 편입한 KODEX 원유선물 ETF 수익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日·濠 원유ETF도 모두 유가와 ’거꾸로=다른 나라에서 거래되는 원유선물 ETF 수익률은 어땠을까. 유가가 76% 오르는 동안 일본에 상장된 노무라 원유선물 ETF(NEXT Nomura Crude Oil Long)은 16.5%(종가 기준, 한국시간 통일)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KODEX 원유선물 ETF와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호주 베타셰어즈(BetaShares)의 크루드오일 인덱스 ETF도 22%가 하락했다. 해외 원유선물 ETF 시장 또한 선물 포지션의 리밸런싱으로 많은 원유 ETF의 순자산가치와 WTI선물 최근 월물의 가격등락에 괴리가 발생했다.
서정은·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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