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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불구속 원칙 뒷걸음질친 檢…‘검찰개혁 상징’ 스스로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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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수사 논란에 만든 제도인데

수사심의위 신청하자마자 ‘영장’

헤럴드경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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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식이라면 이런 제도는 도대체 왜 있는 것입니까. 피의자는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요.” (대기업 고위 임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4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논란으로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검찰이 스스로 검찰 개혁의 상징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과거의 검찰로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도 제기된다. 아울러 검찰 개혁 과정에서 강조된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불구속수사 원칙 또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3면

5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이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상징적인 검찰 개혁 방안으로 스스로 도입한 심의위 제도를 무력화시켰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2018년 전격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당시 문 전 총장은 도입에 앞서 “검찰이 불신을 받는 내용을 보면 ‘왜 그 수사를 했느냐’, ‘수사 착수 동기가 뭐냐’를 의심하는 경우가 있고 ‘과잉 수사다’, ‘수사가 너무 지체된다’는 문제제기도 많다. 이런 부분도 (검찰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점검받고 (필요하다면) 사후적으로도 수사하도록 하려고 한다”며 심의위에 적잖은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은 이 같은 취지를 가진 검찰 내부의 공식 제도인 심의위 개최를 통해 이번 수사와 기소의 정당성에 대해 국민의 판단을 받는 최후의 결단을 내렸지만 구속 영장 청구로 사실상 검찰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2018년 검찰이 심의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심의위 관련 절차가 진행 중에 수사팀이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일정을 강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 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무리한 수사 강행에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버리고 과거의 검찰로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마저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도입 취지가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인데 이를 신청했음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 국민 신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피의자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구속영장 청구로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불구속 수사 원칙 마저도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의 사유를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양측 간에 다툼의 여지가 큰 만큼 ‘무죄추정의 원칙’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대 경영학 교수는 “장기간 수사를 해왔는데 증거인멸 자체가 가능하지도 않고, 도주의 위험 또한 없는데 불구속 수사 원칙을 깨면서까지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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