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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보안법 통과

홍콩보안법의 어둠을 촛불로 밝혔다, 톈안먼 추모집회 온ㆍ오프라인 동시다발 시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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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회, 中 국가 모독 처벌 법안 표결 통과
한국일보

홍콩 시민들이 4일 톈안문 시위 31주년 추모집회에 참석해 길거리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플래카드에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쓰여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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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국가보안법’의 어둠 속을 뚫고 촛불의 조용한 함성으로 타올랐다. 시민들은 4일 톈안먼(天安門)시위 31주년을 맞아 거리와 공원, 아니면 인터넷을 통해 자유의 고귀한 가치를 마음 속에 아로새기며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홍콩 정부가 경찰을 대거 동원해 집결장소 주변을 봉쇄하면서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는 못했지만, 범민주진영은 온ㆍ오프라인으로 전선을 확장해 곳곳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홍콩보안법 제정에 맞선 반대동력을 끌어올렸다. 홍콩 입법회(우리의 국회)는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던 ‘국가(國歌)법’을 강행 처리하며 압박의 고삐를 조였다.

홍콩 당국은 이날 투입한 경찰 3,000명 가운데 당초 집회를 예고한 빅토리아공원을 비롯해 인근 홍콩섬 일대에 2,000명을 집중 배치했다. 대규모 집회를 불허하면서 명분으로 내세운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이었다. 이에 따라 8명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고, 7명 이하인 경우에도 목적이 같다고 판단될 경우 해산하도록 했다. 또 1.5m 이상 떨어져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반할 경우 개인은 2,000홍콩달러(약 31만원)의 벌금, 주최측은 2만5,000홍콩달러(약 390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6개월간 구류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주최측은 촛불 10만개를 사전 배포해 홍콩 100개 지역과 온라인 공간에서 동시다발로 시위를 준비했다. 리척얀(李卓人)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주석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비바람이 불더라도 매년 빅토리아공원에서 추모집회를 개최했다”며 “올해는 경찰이 금지했지만 우리는 촛불집회를 열어 전통을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톈안먼 사태가 발발한 1989년을 기리는 의미로 오후 8시9분부터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시민들은 경찰의 강경방침에도 불구하고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빅토리아공원으로 속속 모여들어 촛불을 밝혔다. 어린 아이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경찰은 시민들의 출입을 주시하면서도 실제 강제해산에 나서지는 않았다. 쇼핑몰, 지하철역, 거리 등 시내 전역에서 소규모 촛불 행렬은 밤늦게까지 끊이지 않았다. 몽콕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30여분간 반정부 구호를 외쳤지만 불과 50m 거리에 위치한 경찰들은 이들을 지켜볼 뿐 일단 시위대와 충돌을 피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진선은 “경찰이 추모집회를 금지하는 초유의 사태에 처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정의를 위해 투쟁하자”고 독려했다.

이처럼 시위대와 경찰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홍콩 입법회는 이날 국가법 3차 심의에 이어 표결에 부쳐 41대 1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ㆍ조롱하거나 원래 취지와 맞지 않는 곳에서 사용할 경우 최고 징역 3년이나 5만홍콩달러(약 78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국가가 연주될 때 가슴에 손을 대는 미국식 경례를 금지하고 중국식으로 차렷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날 항의 표시로 민주진영 의원들이 퇴장한데다 입법회 과반의석을 친중파 진영이 장악하고 있어 법안은 이변 없이 처리됐다. 홍콩 야당은 “국가법 조항에 애매모호한 내용이 많아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회의 도중 에디 추(朱凱迪) 등 2명의 야당 의원이 악취 나는 생물비료를 의장석에 투척해 법안 심사가 중단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편, 홍콩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보안법 제정에 맞춰 18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본ㆍ자산을 홍콩 밖으로 빼낼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70%에 달했다. 미국이 중국 압박용으로 홍콩 특별지위 박탈을 공언한 데 대해서도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대답(74%)이 ‘대홍콩 투자를 줄이겠다’(18%)를 압도했다. 그러면서도 응답자의 60%는 외국기업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보안법 자체에 대한 견해는 ‘매우 우려’(53%), ‘약간 우려’(30%), ‘걱정 없다’(17%) 순이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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