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세계와우리] 남북관계 '동상이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0여 년간 남북합의서만 258건 / 南, 북핵 해결·한반도 평화 원해 / 北, 체제유지 위해 핵 포기 안해 / 정부의 저자세, 北 콧대만 높여

2018년 1월 1일 육성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를 사변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김정은 위원장(이하 김정은)의 언급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재개되었다. 이후 남북 간 정상회담 세 차례, 미·북 간 정상회담과 만남도 이어졌다. 여기서 완전한 비핵화에도 합의했다. 소위 북한 최고 존엄이 직접 나선 만큼 이제야말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남북관계가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남북대화가 재개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과거와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왜 그러는 것일까? 이는 남북관계에 대한 ‘동상이몽’ 때문이다.

세계일보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1945년 분단 이후, 1950년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남과 북은 6·25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도 북한의 대남도발은 계속되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동안, 남북 간에는 수많은 회담이 있었다. 2020년 통일백서에 따르면 1970년대 초 남북 당국 간 대화가 개시된 이후 2018년 말까지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회담은 총 679회이고, 7·4 공동성명을 비롯하여 체결된 합의서는 258건에 달한다. 이들 합의 중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등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남북관계 발전과 북핵 문제 해결, 평화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소중한 합의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북 합의서들은 북한에 의해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상황이다. 북한의 화전 양면식 대남 전략 전술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2년여 전 김정은은 남북관계 발전 의지를 밝히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재확인했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대화를 전면 중단한 채 우리 측 교류협력 제의에도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자기들 기대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3월 이후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초대형방사포 등 이른바 신종무기 세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제주도를 포함하여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이다. 이제 대놓고 남측을 협박하는 형국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0월 23일 창린도를 찾아 사격을 직접 지시했다. 이는 자신이 직접 서명한 평양선언의 부속문서인 9·19 군사합의의 정면 위반행위이다. 최근 5월 3일 우리 GP를 향한 기관총격 역시 군사합의 위반이다. 하지만 북한은 일언반구 해명도 없다. 남북합의는 자기들에게 유리할 때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최근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열어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및 전략무기 격동상태 유지를 천명했다. 이는 핵·미사일 역량은 유지한 채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통해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모면하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민족 공조를 빌미로 한·미동맹 이간을 기도하려는 의도이다. 한편, 남북관계의 실질적 발전으로 교류가 확대될 경우, 이는 북한 정권과 체제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

반면, 우리는 남북관계 발전으로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도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의 변화와 평화 통일 여건 조성이라는 목적도 있다. 역대 정부가 그랬듯 문재인정부 또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대북정책의 성과로 부각해 정권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남과 북 모두 ‘남북관계 발전’을 언급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기에 남북관계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 없이 남북관계 발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천안함 도발 관련 북한의 자세 변화가 전혀 없는데도 “5·24 조치의 효력 상실” 운운하고, GP 기관총격 도발을 “우발적이라고 단정”하는 등 북한 비위를 맞추려 한다. 어떻게든 대화와 교류를 재개해보려는 고육지책일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한다 해서 북한이 달라지거나 남북관계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북한의 콧대만 높이고 우리 국민 자존심에는 상처를 줄 뿐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