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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일본 전범 기업 자산 현금화 본격화…한일 관계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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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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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원이 일본 전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압류결정문의 '공시송달'을 결정하면서 전범기업 자산에 대한 현금화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1일 포스코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합작회사인 피앤알(PNR)에 대한 압류명령 결정 등의 공시송달을 결정했습니다.

송달의 효력은 8월 4일 0시에 발생합니다.

이때부터 일본제철이 소유한 PNR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 현금화하라고 명령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압류사건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은 원고 측에서 제기한 것으로, 법원은 올해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PNR의 주식 19만 4천794주를 압류했습니다.

현금화가 이뤄지면 이미 경색될 대로 경색된 한일 관계는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됩니다.

일본은 현금화 실행 시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4일 회견에서 현금화 문제와 관련, "일본 기업의 경제활동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도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계속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본 언론 등에선 한국산 제품 관세 인상 등의 조처가 있을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선 한국과 일본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어 전망이 그리 밝지 않습니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으며, 따라서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징용 배상 판결은 청구권협정에 위배되며 곧 '국제법 위반'이라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한국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까지 소멸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본 인식하에 한국은 '사법부 판결이 존중돼야 한다'고, 일본은 '일본 기업에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양국이 모두 만족할만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이 지난해 6월 이른바 '1+1'(한일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위자료 지급)안을 제안했지만, 일본이 거부한 뒤 이렇다 할 대안도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한일 양국이 모두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느라 강제징용 해법 찾기를 사실상 중단한 분위기입니다.

더구나 최근 일본이 수출 규제조치를 취소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입니다.

일본이 수출 규제 철회에 미온적으로 나오자 정부는 지난 2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재개로 맞섰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꺼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법원이 공시송달의 효력이 발생하는 8월 4일이 지난 뒤 곧바로 현금화 작업에 착수할지는 불투명합니다.

공시송달 결정 이후 채무자 심문, 심문서 송달, 매각 명령 등으로 이어지는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다 피고 측의 항고, 재항고 가능성도 있어 현금화 시점에는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법원도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현금화 명령을 내리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는 일러야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은 "실질적 현금화 조치에는 올해 안에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일 양국이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태훈 기자(rhors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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