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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자가 치료 금지-엄마 손은 약손? 절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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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병원에 가지 않고 ‘자연 치유력’에 기대는 나지만, 수리만큼은 조금만 이상해도 동물병원으로 달려간다. 2년 전, 자꾸 생식기를 핥는 수리를 제지만 하다가 예약해 놓은 중성화 수술을 하러 갔다. 자궁을 들어내고 보니 농이 꽤 차 있었다. 생식기로 흘러나온 농을 핥느라 그랬던 건데 무지하고 안일했던 나는 야단만 친 거다. 편리와 방심을 경계하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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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 A씨는 반려묘 눈에 자꾸 눈곱이 껴 사람용으로 처방받은 안연고를 발라 주었다. 그러자 눈곱이 더 끼고 눈꺼풀에 염증도 생겼다. 깜짝 놀라 동물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별 다른 처치 없이 연고를 바르지 말라고 충고했고, 그저 놔 두는 것만으로 열흘 뒤 병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반려인 B씨는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예방 접종을 하고 있었는데, 약국에서 백신을 사서 직접 주사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말에 백신을 구입했다. 그런데 주사기를 꽂는 순간 반려견이 ‘꺽꺽꺽’ 하는 소리를 내며 이상 증상을 보였고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갔지만 이내 심장이 멎고 말았다.

반려인 C씨는 펫숍에서 데려온 강아지가 자꾸 몸을 긁어 상처가 생기자 원인을 찾으려 병원을 방문했다. 진단명은 ‘피내 접종 부작용’. 펫숍에서 1차 예방 접종을 하면서 피하 접종을 해야 하는데 피내 접종을 해서 생긴 증상이었다. 그는 반려묘에 또 다시 상처나 탈모가 생길까 한동안 전전긍긍했다.

반려인 D씨는 인터넷에서 백신 자가 접종법을 배운 뒤 백신을 구매해 자신의 반려견에 직접 주사했다. 그런데 접종 중에 주사기 바늘이 부러지면서 반려견 목덜미에 바늘이 박히고 말았다. 반려견은 바늘 제거 수술을 받았고 반려인은 생각지도 못한 비용을 지출했다.

반려인 E씨는 자가 접종을 하려다 6개월령 반려견이 저항하자 목을 눌러 제압했는데, 이 때문에 반려견은 ‘환축추 아탈구’로 큰 수술을 치렀다. 환축추 아탈구는 목뼈 연결 부위에 이상이 생겨 척수와 신경이 압박을 받으면서 통증과 보행 이상, 사지 마비를 가져오는 위험한 병이다.

반려인 F씨는 반려견이 감기에 걸려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다 먹였다. 이내 반려견은 발작과 함께 심각한 신경증을 보였고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회생 가능성이 없었다. 그는 병원에서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아 반려견을 퇴원시켰다. 사고 원인은 어린이용으로 판매하는 시럽에 있었다. 시럽에 포함된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치사량까지 투여됐기 때문이었다.

납량 특집만큼이나 섬뜩한 이 사고들은 대한수의사회와 한국동물병원협회,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이 공동 발행한 『자가치료 부작용 사례집』에 담긴 실제 사례다. 수년째 ‘동물 자가 진료 부작용 사례 공유센터’를 운영해 온 이들은 반려인에게 자가 치료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사례집을 발간했다고 한다. 개인은 물론이고 펫숍을 포함해 면허가 없는 사람이 진료 행위를 하는 것은 엄연한 위법이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혹자는 “내 개와 내 고양이인데 어째서 자가 치료가 위법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자가 치료는 동물을 위험에 빠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만큼 동물 학대와 다르지 않다는 관점이다.

실제로 많은 반려인이 ‘이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방심에 넘어간다. 한 번에 수십 만 원씩 하는 접종 비용이 부담스럽고, 바쁜 일정 중에 병원을 방문하기가 번거로운 거야 인지상정. 게다가 특별히 아파서가 아니라 정기 접종이라면 더욱 ‘스스로’ 해 볼 마음을 먹기 쉽다. 하지만 사고는 예고 없이 온다. 비전문가에 의한 것이라면 위험은 더 커진다. 안전성 외에 전문가의 손을 빌리는 이유는 또 있다. 빠르게,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며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편리하고 저렴한 길이 우리를 유혹하더라도 반려동물의 고통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덜어 주는 길을 택하는 용기, 아니 당위를 잊지 말아야겠다. ‘엄마 손은 약손’이 아니다.

*사례집은 ‘데일리벳’ 공식 홈페이지에서 ‘동물 자가 치료 부작용 사례집’으로 검색해 내려받을 수 있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32호 (20.06.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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