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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화장실 다녀올 시간도 안돼"…학교 '쉬는 시간' 5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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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여 '논스톱' 수업 학교도…교육부 "휴식 시간 보장" 지침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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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울산 한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새 책상의 비닐을 뜯고 있다./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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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각급 학교 등교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쉬는 시간 단축 운영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학교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과 학생의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친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고3부터 등교 개학을 시작한 이후 상당수 학교가 수업 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도 기존 10분에서 5분으로 단축했다. 하교를 최대한 앞당겨 학생들이 모여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경기 양평에 있는 한 초등학교의 경우 3일부터 4학년 등교가 시작됐는데 1~2교시와 3~4교시를 묶어 70분씩 '블록 수업'을 진행하고 각 수업이 끝나면 5분만 쉬게 했다. 이후 5교시 수업을 35분 동안 진행하고 급식을 먹지 않는 학생은 귀가, 급식을 먹는 학생은 12시35분 집으로 돌아가게 했다.

학교 측은 "쉬는 시간 화장실과 복도 이동을 통한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블록 수업을 운영하고 쉬는 시간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중학교는 쉬는 시간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수업 시간표를 보면 월·목·금요일은 오전 8시30분 학급 조회를 시작으로 45분씩 6교시 수업을 진행하는데 오후 1시10분까지 4시간40분 동안 쉬는 시간이 전혀 없다. 화·수요일은 40분씩 7교시까지 수업하는데 마찬가지로 오후 1시20분까지 4시간50분 동안 '논스톱'으로 진행된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화장실이나 복도에서 만나면서 밀집도가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며 "대신 수업 중에도 자유롭게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 대응이 과하다는 불만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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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한 중학교의 등교 개학 이후 수업 시간표. 쉬는 시간이 전혀 없다.(홈페이지 캡처)/뉴스1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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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학교 현장에서는 등교 개학 이후 학생 지도와 밀집도 완화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교사가 수시로 지도해도 학생들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데다 교육부 차원에서도 학생들이 최대한 모이지 않도록 대응하라고 주문하고 있어 쉬는 시간 단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한 고등학교 교감은 "등교 이후 쉬는 시간을 단축하지 않고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조금씩 느슨해지면서 밀집도가 높아지고 있어 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교사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등교수업 이후 쉬는 시간 운영과 관련해 논의에 들어갔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날 화상 브리핑을 통해 "학생들에게 휴식 시간은 안 주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바로 상황 파악을 해서 필요하다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일선 학교에 최소한의 쉬는 시간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전달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방역만 따지자면 쉬는 시간에 취약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 인권 보장 차원에서 아예 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전날 회의를 통해 각 학교에 쉬는 시간을 보장하라고 권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명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학생들이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부터 세우다 보니 쉬는 시간을 줄이거나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최소한 10분의 쉬는 시간을 보장하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행동수칙을 정해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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