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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낮에는 평화시위, 밤에는 약탈자…시위대 두 얼굴에 죽어나는 美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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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도들 약탈에 소규모 매장 피해 극심…경제 충격 버틸 여력 없어

이투데이

미국 뉴욕의 한 약국에서 2일(현지시간) 매장 주인이 시위대의 약탈로 엉망진창이 된 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뉴욕/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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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의를 위해 항의하는 사람들을 100% 지지한다. 그러나 이것이 정의인가. 너희는 나를 죽이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 조치에 2개월 넘게 문을 닫았다가 영업 재개를 준비하던 중 시위대의 약탈로 가게 기물이 모조리 파손되고 제품을 송두리째 빼앗긴 한 보석가게 주인의 절규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한 것을 항의하는 시위가 변질되고 있다며 밤이 되면 폭도로 변한 시위대가 문 닫은 상점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물건을 약탈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지적했다.

폭도들이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귀걸이, 반지, 시계 등 제품을 싹쓸이하면서 상기 보석가게 주인은 15만 달러(약 1억8250만 원)를 하루아침에 잃어야 했다고 NYT는 전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이민자인 그는 “5명의 자녀와 8명 직원 생계를 위해 가게를 다시 열어야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흑인의 생명, 그리고 모든 생명이 중요하지만 내 삶과 가족의 삶은 어떤가. 문제가 발생했다고 잘못된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뉴욕에서 분출하는 동안 약탈자들은 헤럴드스퀘어에 있는 메이시스백화점과 맨해튼의 나이키, 코치 매장을 공격했다. 그러나 가장 많이 피해를 본 것은 브랜드 매장이 아니라 이미 코로나19로 엄청난 타격을 받은 이민자와 소수인종 자영업자들의 구멍가게였다.

이들 작은 가게가 밀집한 곳은 뉴욕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는 브롱크스(Bronx)다. 140만 인구의 브롱크스는 뉴욕에서 코로나19 감염자와 입원 환자,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 그 결과 브롱크스의 실업률은 지난 2월의 4.7%에서 4월 16.5%로 치솟았다. 이는 뉴욕시 전체 평균인 14.6%를 웃도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항의시위 중 벌어진 약탈과 방화로 브롱크스 주민은 경제활동 재개 희망이 꺾이게 됐다. 약탈자들은 브롱크스의 중심 도로인 그랜드 콩코스를 따라 내려오면서 매장 문과 창문을 박살 내고 선반 위 물건을 쓸어갔다. 다른 유명한 쇼핑지구 2곳 매장들도 막대한 피해를 봤다.

브롱크스가 지역구인 민주당 소속의 빅터 피카르도 뉴욕 주의회 하원의원은 “이곳에 있는 매장들은 대규모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작은 구멍가게가 대부분”이라며 “약탈자들이 브롱크스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곳을 파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오후 루벤 디아즈 브롱크스 구청장과 다른 관리들, 지역사회 지도자와 주민이 모두 모여 약탈자들과 폭도들을 비난하고 평화시위를 요구했다. 이들은 거리에 널린 잔해를 청소하고 낙담에 빠진 상점 주인들을 위로했다.

이투데이

미국 지역별 인종 구성에 따른 소규모 사업체 현황. 왼쪽:이익률 15% 이상인 사업체 비율/오른쪽: 14일 이상 지탱할 현금 보유 업체 비율. 녹색:아시아인 거주지역/연한 녹색:백인/빨간색:흑인/연한 빨강:히스패닉/회색:기타.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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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매장이 시위를 핑계로 한 약탈에 엄청난 피해를 보는 상황은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약탈자들의 공격으로 필라델피아 등 주요 도시에서 주민이 수십 년간 일궈왔던 많은 사업체가 순식간에 파괴됐으며 일부 가게 주인은 다음 달 임대료를 내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고 이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사람이 허약한 미국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주면서 코로나19로 400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한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노력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WSJ는 이들 소규모 사업체, 특히 소수인종이 운영하는 사업체는 수익성이 그리 좋지 않아 경제 충격을 버틸 만큼 저축한 돈이 거의 없는데 이번 폭동으로 영원히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투데이/배준호 기자(baejh9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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