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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어머니 떠올리며 시위대 안았다…총 대신 '감동' 쥔 美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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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흑인 소년 지킨 백인 소녀

'전쟁터'서 꽃핀 인종화합의 눈물


중앙일보

1일(현지시간) 뉴욕 경찰청장과 시위대의 흑인 운동가가 포옹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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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도 될까요?(May I hug you?)" "물론이죠."(Yes)"

조심스러운 '허그' 요청, 연인 간에 오가는 대화가 아닙니다. 시위 현장의 경찰이 시위대에게 건넨 말입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로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진 미국에서 나타난 '흑백 화합'의 장면이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도로 봉쇄 중이던 로저 레예스 순찰대장이 갑자기 대열을 이탈했습니다. 스쿠터를 탄 채 시위대를 이끌던 흑인 운동가 레니타 홈즈에게 조심스레 다가갔습니다.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따뜻하게 안았습니다.

레예스는 어머니뻘인 홈즈를 보면서 18개월 전 숨진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안고 싶었습니다. 어머니의 빈자리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경찰관을 안아준 홈즈도 작은 희망을 전했습니다.

"누구도 다치는 걸 원치 않아요. 더는 다치면 안 됩니다."

지난달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사망했습니다.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을 뒤덮으면서 경찰과 시위대 간 대치도 격해지고 있죠. 이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이 또 문제가 됐습니다.

1일에는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호주 방송국 소속 기자가 영상 촬영 중 봉변을 당했습니다. 경찰의 방패에 배를 가격당한 겁니다. 애틀랜타에선 통행금지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차량에 탄 흑인 대학생 커플이 테이저건을 맞고 끌려 나오기도 했습니다. 여론이 악화하자 테이저건을 쏜 경찰 등 6명은 기소됐죠.

하지만 경찰과 시위대가 싸우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많은 곳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경찰들이 시위대와 함께 한쪽 무릎을 꿇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죠. 흑인, 백인 경관을 가리지 않습니다. 시위대가 이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고, 진하게 포옹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30일 미시간주의 한 백인 보안관은 헬멧도 쓰지 않고, 지휘봉도 내려놓았습니다. '비무장'이 된 그는 시위대 행진에 기꺼이 동참해 화제가 됐습니다. "밤새 걸어도 좋다"며 시위대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온라인을 달궜죠. 이러한 모습이 평화적인 시위를 이끌고 있습니다.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해소하려는 평범한 시민들의 발걸음도 감동을 줍니다.

한 백인 소녀가 시위 현장에서 흑인 소년을 지키려는 영상이 SNS로 퍼졌습니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든 흑인 소년 앞으로 경찰 4명이 다가오자 소녀가 소년을 감싸 안았습니다. 그들 뒤로는 흑인 시위대를 보호하려 경찰과 맞서는 백인 어른들도 있었습니다.

미국 남부 텍사스에선 수십 명의 백인이 흑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울먹이며 기도하는 이들을 지켜보던 흑인들의 눈가도 촉촉해졌는데요.

시위 현장엔 약탈, 방화, 폭력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전쟁터'로 변한 미국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는 장면을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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