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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대법 "중도금 받은 이후 제3자에 부동산 팔면 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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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인이 토지를 매매하기로 계약한 뒤 중도금과 잔금 일부를 받은 상태에서 약속을 어기고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이전 등기를 해줬다면 배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은 그 배액을 상환하면 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되지만 중도금을 받은 단계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한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송모씨(84)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송씨는 2015년 9월 본인 소유의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일대의 토지를 T사에 52억원에 팔기로 매매계약 및 사업시행대행계약을 맺었다. 계약에는 T사가 송씨에게 10억원(계약금 4억원, 중도금 2억원, 잔금 4억원)은 실제 지급하고, 나머지 42억원은 송씨가 토지에 설정된 새마을금고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방법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T사는 송씨의 토지매입이 끝나면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분양할 계획이었다.

계약에 따라 송씨는 2016년 3월까지 T사에게서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일부로 8억25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송씨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는 대신 이모씨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제2매매계약)를 해줬다. 검찰은 이런 행위가 T사에 대한 배임으로 보고 송씨를 재판에 넘겼다.

대법원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따라서 이런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해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으로 본 종전 판례를 재확인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8년 5월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 역시 배임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은 매도인이 소유권을 이전해 줄 것이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인 만큼 매도인이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취지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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