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쿠팡센터·개척교회…코로나19 집단감염 속출
방역 대폭 강화…종교시설·예식장·장례식장 운영 자제 권고
인천 부평구청서 확진자 발생…청사 폐쇄 |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오늘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3일 오후 인천 부평구청 청사 현관.
50대 여성 주민이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비원이 앞을 막아섰다.
지난 2일 부평구 소속 공무원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청사 전체를 4일 오전 6시까지 폐쇄했기 때문이다.
구청 공무원 1천300여명에 대한 검체 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구청 청사에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부 방역체제가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된 지 오는 6일 한 달을 맞이하지만, 인천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담당 공무원까지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방역 대책도 대폭 강화되고 있다.
인천시는 학원강사, 뷔페식당, 쿠팡 물류센터, 개척교회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5월 초부터 한 달 사이에 집중적으로 터지자 생활 속 거리 두기 시책을 대폭 강화했다.
인천대공원·월미공원 등 주요 공원은 물론 공공 도서관·연수원 등 실내 문화시설과 자연휴양림·실외체육시설은 지난달 29일 다시 폐쇄돼 6월 14일까지 방문객을 받지 않는다.
종교시설 4천234개, 장례식장 35개, 예식장 36개, 콜센터 60개, 물류센터 110개, 노인요양시설 407개 등에도 지난 2일 운영자제 권고를 내렸다. 이 조치는 2주 뒤인 14일까지 지속한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부평구가 최근 방역수칙을 어겨 접촉자 파악과 바이러스 전파 차단을 방해한 PC방과 교회를 폐쇄한 것처럼 방역수칙 미준수 시설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집합 금지와 고발 조처를 하고 확진 환자 발생 땐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은 현재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도시로 꼽힐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서울 19명, 인천 17명, 경기 12명, 대구 1명 등 전국에서 49명이 추가됐는데 인구 밀도를 고려하면 인천의 확진자 발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누적 확진자는 251명이다. 5월 1일 당시 확진자가 94명이던 상황과 비교하면 약 한 달 사이 3배 가까이로 늘어난 수치다.
인천의 확진자 급증 추세는 지난달 6일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방역체제가 다소 완화된 이후 다중이용시설이나 소규모 종교 시설에서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과 연관이 있다.
인천 102번 확진자인 학원강사 A(25)씨는 지난달 1∼3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클럽발 집단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학원과 개인 과외 가정을 돌며 수업을 계속했다.
A씨는 역학 조사관에게 본인의 신분과 동선을 속여 당국의 신속한 초동 대처를 방해했고, 이는 인천 확진자가 대거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등교 개학을 기다리며 공부에 열중하던 학생들이 졸지에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 음압병동으로 실려서 갔고, 학생들이 확진 판정 전에 방문한 코인노래방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했다.
이 노래방을 다녀간 택시기사가 프리랜서 사진사로 일한 부천의 뷔페식당에서도 감염이 확산하며 학원 강사로부터 비롯된 'n차 감염'의 파장은 커졌다.
끝없는 검사자 대기 줄 |
인천 학원강사 감염 사태는 쿠팡 부천 물류센터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천 142번 확진자 B(43·여)씨는 5월 9일 부천 뷔페식당을 방문하고 같은 달 12∼13일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한 뒤 2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곳 역시 작업장에서 마스크 착용 관리·감독에 소홀하고 식당과 흡연장에서의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아 감염이 빠르게 확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역 당국은 물류센터 현장에서 맞춤형 방역지침이 제시되지 않고 전담 방역관리자를 지정·운영하는 데 미흡했다며 방역 대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인천 개척교회 집단감염 사태는 가장 기본적인 방역 수칙인 마스크 쓰기조차 이행되지 않아 화를 키운 사례다.
부평구 모 교회 목사인 인천 209번 확진자 C(57·여)씨는 지난달 25∼28일 부평구·미추홀구 교회 4곳을 돌며 개척교회 모임 예배에 참석했다. 이들 모임에 참석한 목사와 신도, 이들의 접촉자 등 관련 확진자는 50명을 넘어섰다.
이들 목사는 좁은 공간에서 밀접하게 모여 마스크도 쓰지 않고 찬송 기도 등을 했고, 이 때문에 참석자의 73%가 감염된 사례도 발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확산 속에서도 방역수칙만 준수하면 얼마든지 집단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는 사례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천 교회 2곳의 신도 762명은 학원강사로부터 감염된 학생 2명이 교회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검체 검사를 받았지만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 교회는 1주일에 2∼3차례 소독, 입장 시 발열검사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지정 좌석제, 비닐장갑 착용, 온라인 예배 동시 진행 등 생활 속 거리 두기의 방역 지침을 충실히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의 한 콜센터 역시 상담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평소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킨 덕분에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약 2천명의 직원이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콜센터는 지난 2월부터 식당과 세미나실 등 공동시설을 폐쇄했고 흡연실은 애초 운영하지 않았다. 구로구 콜센터 감염 사태가 발생한 지난 3월부터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승강기도 직원들의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운영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달 인천 교회의 모범 방역 사례를 들며 "이처럼 시설별로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잘 이행한다면 집단감염으로 인한 2차, 3차 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등교 수업 언제 하려나' |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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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오늘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3일 오후 인천 부평구청 청사 현관.
50대 여성 주민이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비원이 앞을 막아섰다.
지난 2일 부평구 소속 공무원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청사 전체를 4일 오전 6시까지 폐쇄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