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시간 이상의 의미 주는 점심시간,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 ‘감정노동’ 피하는 시간으로도 인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직장생활의 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실시하며, 출퇴근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제도의 변화 속에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점심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이 있는 등 점심시간 자체에도 변화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점심 메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가 커지다 보니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것을 꺼리는 태도가 강해진 것이다.
특히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등 같이 먹으면 침이 섞이기 쉬운 메뉴를 기피하는 태도가 매우 뚜렷한 모습이다.
◆직장인 절반 이상 “요즘 찌개처럼 다 같이 먹는 메뉴 기피”…연령 높을수록 뚜렷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의 점심시간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무엇보다 다 함께 먹는 음식 메뉴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한 모습이었다. 전체 절반 이상(53%)이 요즘은 가급적 찌개처럼 다 함께 먹는 메뉴는 기피하게 된다고 응답했으며, 찌개처럼 다 함께 먹는 메뉴를 먹게 되는 경우에는 새 수저를 이용해서 퍼먹는 편이라고 말하는 직장인이 2명 중 1명(48.8%)에 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가 식습관까지 바꾸고 있는 것으로, 예전부터 한국사회는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문화적 특성이 강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러한 변화는 꽤나 극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음식 공유 문화에 익숙한 중장년층이 다 함께 먹는 메뉴를 기피하고(20대 48%, 30대 50%, 40대 52.8%, 50대 61.2%), 그런 메뉴를 먹을 때는 새 수저를 이용하는(20대 40.4%, 30대 44%, 40대 46.8%, 50대 64%) 태도가 더욱 강한 특징을 보였다.
반면 함께 점심을 먹는 사람 중에는 여전히 찌개처럼 함께 떠먹는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는 응답(31.2%)은 많지 않았다.
실제 최근 직장인들이 취식 빈도가 감소했다고 말하는 메뉴(자장면 15.2%, 햄버거 12.9%, 김치찌개 12.5% 순, 중복응답)를 살펴보면 이 중 찌개류와 뷔페, 샤브샤브 등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메뉴들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기피하는 현상이 매우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조에도 불구, 직장인 대다수 “점심시간 운영 별반 차이 없다”
이제 대다수 직장인(73.4%)은 찌개처럼 다 함께 먹는 메뉴는 개인 스스로가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과 중장년층이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하다는데 더욱 공감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팀/부서원에게 다 함께 먹는 메뉴를 ‘지양’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는 직장인(26.8%)이 적은 편으로, 코로나의 확산 속에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이미 직장문화 내 자리잡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직장인 10명 중 4명(42.2%)은 아예 점심식사 때 1인 1쟁반을 제공하는 식당을 찾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도 점심시간의 운영에는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점심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회사가 일부 존재하기는 하지만, 직장인 대다수(76.8%)는 점심시간이 이전과 별 다른 차이가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10명 중 2명 정도만이 코로나 확산 이후 이전보다 점심을 일찍 먹거나(14.9%), 늦게 먹고(8.3%) 있었을 뿐이다. 방역당국에서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점심시간의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전과 비교했을 때 함께 식사하는 인원의 숫자에도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직장인 74.6%가 식사 동행자 수는 이전과 차이가 없다고 응답한 것이다. 다만 예전보다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동행자 수가 줄었다는 응답(19.5%)이 늘었다는 응답(3.9%)보다는 조금 많은 수준이었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 식사하는 동시에 ‘휴식 시간’ 의미 강해…대체로 긍정적 의미 강조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식사를 하는 동시에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라는 의미가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점심시간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직장인 대부분이 휴식 시간(74%, 중복응답)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연령과 직급, 재직기간에 관계 없이 점심시간은 쉬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무척 강했다.
활력을 얻을 수 있고(30.1%), 정서적 안정을 찾으며(28.4%),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고(24.4%), 하루를 재충전하는(21.3%) 시간이라는 의견도 많아, 대체로 점심시간이 직장인들에게는 긍정적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대해 잠시나마 감정노동을 피하는 시간(30.8%)이라고 말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직장 내 감정노동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로, 특히 20대~30대 젊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쌓인 감정을 해소하는 경우(20대 35.2%, 30대 34%, 40대 25.2%, 50대 28.8%)가 좀 더 많은 편이었다.
◆식사 이외 다른 활동하기엔 여유 부족한 점심시간…절반 이상 “다른 활동할 시간 부족”
점심시간에 식사 이외에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62.2%가 직장인으로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데 공감할 정도였다.
보통 직장인에게는 30분~1시간(53.5%) 내지 1시간~1시간 30분(40.4%) 정도의 점심시간이 주어지는 편으로, 다른 활동을 하기에는 그 시간이 짧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 10명 중 4명 정도(38.7%)가 현재 1시간 정도 주어지는 점심시간이 너무 짧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주로 2030대와 대리급 직장인이 점심시간의 길이에 아쉬움을 많이 내비쳤다. 점심시간에 식사 이외에 다른 활동을 할 여유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그럴 여유가 없다는 응답(54.7%)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는 응답(40.9%)을 상회했다.
다른 활동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응답은 여성 직장인(남성 49.4%, 여성 60%)과 사원(56.8%) 및 부장(57.6%)급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의 경우에도 그 활동은 웹서핑(42.1%, 중복응답)과 수면(35.7%)으로 제한적이었다. 그 다음으로 운동(22.2%)과 동영상 시청(15.9%), 음악 감상(13.2%)을 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점심 되도록 부서원들과 함께 먹어야 한다” 23.1%만 동의…임원진 고정관념 강한 편
점심식사는 주로 팀원/부서원(66.8%, 중복응답)이나 친한 직장동기(46.5%)와 함께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0명 중 3명(31.8%)은 점심식사를 혼자 먹는 편으로, 특히 2030대(20대 34.4%, 30대 36.8%, 40대 28.8%, 50대 27.2%)와 사원·대리급(평사원 34.6%, 대리급 34.7%, 과/차장 29.7%, 부장급 24.4%, 임원/대표 32%) 직장인이 혼자서 점심을 먹는 경향이 강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의 경우 직장 상사와 동료의 간섭을 받지 않고 혼자서 점심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태도가 뚜렷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게 친한 직장동기와 점심시간을 함께 하거나, 혼자서 점심식사를 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반드시 점심을 팀/부서원과 함께 먹어야 한다는 인식은 옅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실제 전체 응답자의 23.1%만이 점심은 되도록 자신이 소속된 팀/부서원들과 함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고정관념은 임원/대표(38%)들이 비교적 강한 편이었다. 오히려 직장인 절반 정도(48.3%)는 회사에서도 점심을 팀/부서와 함께 하는지 아닌지를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점심식사만큼은 우리 팀/부서가 아닌 다른 팀/부서의 동기들과 함께 하는 편이라고 말하는 직장인(15.4%)보다 주로 팀/부서원과 함께 먹는 편이라는 직장인(59.4%)이 훨씬 많았다. 반드시 팀/부서원과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그렇게 하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도시락 준비하는 직장인들…돈 아낄 수 있고, 나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코로나 영향’ 꼽아
보통 점심식사는 구내 식당(49.8%, 중복응답)과 회사 밖 식당(48.1%)에서 주로 해결하는 모습으로, 그 비중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거나(19.2%), 편의점과 마트에서 식품을 구입하거나(14.6%), 배달음식을 주문해서(14.4%) 먹는 직장인들도 상당수였다.
이 중 도시락을 준비하는 직장인의 경우 돈을 아끼고 싶거나(56.3%, 중복응답), 나가서 먹는 것이 귀찮다(39.1%)는 생각이 강한 편이었으며,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35.4%) 도시락을 준비하는 직장인도 일부 찾아볼 수 있었다.
이같은 영향으로 씨유(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국내 주요 편의점은 경쟁적으로 도시락 메뉴를 출시하면서 ‘편도족’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외부에서 점심식사 메뉴를 선택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은 회사와 가까운 곳인지 여부(51%, 중복응답)였다. 가격이 저렴한 곳(36.7%)과 입맛에 맞는 곳(35.2%)을 찾기보다는 가까운 식당에서 빨리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빨리 식사를 한 후에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직장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음식이 빨리 나오는 곳(28.2%)과 반찬이 다양하게 나오는 곳(21.7%), 직장 상사가 원하는 곳(17.4%)에 대한 고려 역시 상대적으로 적었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외식을 하거나, 맛집을 찾아서 다닐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직장인들에게는 점심 메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전체 2명 중 1명(50.6%)은 향후 식당보다는 편의점 등에서 간편식으로 점심식사를 때우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평균 점심식사 비용 6000~9000원…직장인 10명 중 6명 “식사 비용 비싸게 느껴진다”
한편 직장인들이 주로 즐겨먹는 점심식사 메뉴는 김치찌개(52.7%, 중복응답)와 자장면(50.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짬뽕(42.4%)과 돈가스(40.9%), 햄버거(38.6%), 제육볶음(36.6%), 떡볶이(35.5%), 김밥(34.3%) 등도 즐겨먹는 메뉴였다.
평균 점심식사 비용은 주로 6,000원~9,000원에서 형성되는 모습(6,000원대 17%, 7000원대 26.2%, 8,000원대 16.3%, 9,000원대 11.3%)으로, 이러한 식사 비용에 대해서는 비싸다고 느끼는 직장인(63.9%)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29.4%)보다 훨씬 많았다.
사진=본아이에프 제공 |
점심식사 비용이 저렴하다고 느끼는 직장인(6.7%)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한 직장인 10명 중 6명(58.4%)은 점심식사 이후 후식을 먹는 편(항상 11.8%, 가끔 46.6%)으로, 대체로 2,000원~4,000원 정도(2,000원대 17%, 3,000원대 23.3%, 4,000원대 29.1%)를 지출하는 편이었다.
점심식사와 후식 비용은 대부분 ‘더치페이’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특히 직급이 낮을수록 더치페이를 하는 경향이 매우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한편, 대표적인 도시락 브랜드 본아이에프 '본도시락'의 경우 음식 공유를 꺼리고 도시락을 선호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수혜를 봤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2월부터 4월까지, 소비자들의 위생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며 ‘위생등급제’ 인증을 받은 114개 본도시락 매장 평균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약 25% 증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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