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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위안부 일은 공창제" 정의연 논란에 들불처럼 퍼진 역사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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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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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 그 실체를 밝힌다'는 주제의 심포지움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5.26. wake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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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자 일부 극우집단을 중심으로 위안부 피해자의 존재와 일본의 책임을 지우려는 시도가 이뤄지있다. '반일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 전 교수가 대표적인데, 최근 그의 주장을 담은 유튜브마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역사관 왜곡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주장·선동을 잠재우려면 결국 '장기적 토론'이 답이라고 제시한다. 당연해 보이는 답이지만 이제까지 한국 사회에서 잘 이뤄지지 않은 작업이다. 사실을 곡해하는 주장이 당장 불쾌해도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이 있어야 적절한 논박이 알려지고 왜곡을 멈출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정의연 논란 타고…들불처럼 퍼지는 '뉴라이트' 역사 왜곡 발언들



2일 이 전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승만TV '반일종족주의 타파' 시리즈 일부 영상 조회수는 60만회에 달했다.

일본어 자막을 단 이 영상은 "거짓말은 한국에 만연한 문화"라며 "신일본제철이 한국인 노무자에게 1억원을 지불하라는 판결도 거짓에 기반한 것"이라 말했다. 이 영상에는 이 전 교수를 응원하거나 안위를 걱정하는 일본어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이 전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 시리즈 영상에서는 "위안부 업은 기존 공창제에서 비롯됐고 기본적으로 여인들의 의지와 선택에 따른 소영업"이었다며 "군에 의해서 통제된 위안소라는 점은 본질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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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2019.8.13/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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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은 결과적으로 사실관계나 맥락을 지우는 효과를 낸다. '만삭의 위안부' 고(故) 박영심 할머니 증언 등에서는 일본제국주의의 강제성을 확인할 수 있다. 군'위안부' 연구의 일본 권위자 요시미 요시아키 등의 연구에 따르면 '약취·유괴·(취업)사기'를 통한 인신매매는 당시 일본 법으로도 불법이었다.


비상식적이기에 방치됐던 주장들…유튜브 타고 힘 얻어

이 문제가 바로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은 이 전 교수 등 뉴라이트 계열이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이후 우리 사회가 '방치'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현대사 박사 과정을 밟는 A씨는 "이 전 교수 등의 주장이 일본 극우와 같거나 닿아있다"면서도 "그 이유로 사회가 무시로 일관할 때 그들은 관심 뒷편에서 세계관을 공고히 키웠다"고 말했다.

이 전 교수 등의 주장을 반박할 능력을 갖춘 학계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반일종족주의가 출간되기 전후로 학계에서도 책을 내고 팟캐스트를 하는 등 전향적 대응을 시작했다"면서도 "그러나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관심 먹고 크는 뉴라이트에 괜한 관심 주지 말자'며 방치해온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 교수의 맹점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스피커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A씨는 "그동안 '뉴라이트 주장은 친일'이라는 무시 전략이 먹혔으나 이제는 '태극기 부대' '유튜브'의 등장으로 효과가 덜하다"며 "역사적 사실을 효과적으로 대중에 전달할 스피커가 늘어야 한다"고 했다.


"변해야 할 것은 극우"…선동 당하지 말되 그 맥락은 알아야


변해야 할 것은 뉴라이트다. 그러나 그들 세계관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 오히려 양지로 끌어내 주장을 뜯어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신철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 주장이)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있어 무시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며 "화가 나더라도 감정적 비난으로만 일관하지 말고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국 이 전 교수 등의 주장은 '위안부 문제는 일본 책임이 아니다' '한국은 일본을 통해 근대화했다' 등"이라며 "이 전 교수의 논리는 피해를 배상할 책임 소재를 지우고 인권, 민주주의 중요성 등을 도외시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 이틀 공개토론이 아닌 장기적 논쟁을 거쳐 우리 사회가 그들 주장을 확인하고 문제점 등을 들추는 작업이 왜곡, 선동을 잠재우는 데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비상식적인 선동일지라도 무시만으로는 그 재생산을 끝낼 수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들 주장을 파악해보자는 것이 극우적 주장에 동조하자는 뜻은 아니다. 이 문제에 밝은 일본어학 교수 B씨는 "변해야 할 사람들이 일본과 국내 극우파라는 입장은 견지해야 한다"며 "분명 존재하는 피해 사실과 그에 대한 합리적 해석을 왜곡하려는 시각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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