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악화 MLB에 ‘거센 칼바람’… 보라스는 “해고된 고객 급여 보전”
‘82경기로 축소’ 선수들과 갈등속 구단들, 추가 대폭 감축안 검토
“50경기 치르고 급여 31%만 지급”…일부 팀 “차라리 시즌 접는게 낫다”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구단과 선수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수가 축소되면서 발생한 손실을 어떻게 분담하느냐를 두고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2일 MLB 구단들이 올해 팀당 162경기였던 정규시즌 경기 수를 50경기로 대폭 줄이고 선수들에게 경기 수에 비례해 연봉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 안이 확정되면 선수들은 당초 계약했던 급여의 31%가량만 받게 된다. 올해 연봉이 2000만 달러(약 245억 원)인 류현진(토론토)은 이번 시즌 620만 달러(약 76억 원)만 받을 수 있다.
MLB 노사는 3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시즌을 연기하면서 줄어든 경기 수에 비례해 급여를 지급하는 데에 합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구단주가 “기존 합의대로 급여를 지급하면 경기를 할 때마다 손해를 보게 된다”며 추가 삭감을 요구했다. 이에 MLB 사무국은 지난달 27일 정규시즌 82경기를 치르면서 고액 연봉 선수들의 급여를 큰 폭으로 깎고 저연봉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깎는 연봉 차등 삭감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약 77%까지 연봉이 깎일 수 있다. ESPN이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류현진의 올해 연봉은 약 74.25% 삭감된 515만 달러(약 63억 원)로 줄어든다.
선수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워싱턴 오른손 투수 맥스 셔저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우리는 이미 급여 삭감 협상을 마쳤다. 두 번째 삭감을 정당화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선수 노조는 종전 구단안보다 32경기 많은 114경기를 뛰겠다고 역제안했다. 6월 30일에 개막해 10월 31일 시즌을 마치는 방안으로 경기 수 확대로 중계권 수익을 늘려 구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선수들은 휴식일을 줄이고 더블헤더 경기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올해와 내년 모두 포스트시즌 출전 팀을 양대 리그 10개 팀에서 14개 팀으로 늘려 한 달 이상 치르자고 했다. 하지만 일부 구단이 “무관중 경기는 치를수록 적자”라며 “차라리 시즌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양측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구단들이 새로 만든 ‘50경기 안’ 역시 노조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텍사스는 같은 날 구단 재정 악화를 이유로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37명을 방출했다. 텍사스의 클럽하우스 리더 추신수(38)는 4월 초 산하 마이너리거 전원(191명)에게 1000달러씩을 지원했지만 적지 않은 선수가 유니폼을 벗을 위기에 처했다.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자신의 고객 중 방출 통보를 받은 선수들에게 2020시즌 급여를 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