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한국 “WTO에 일본 제소 재개할 것” 일본 “일방 발표 유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수출규제 해결 의지 안 보여”

‘손해볼 것 없다’ 판단 장기전 선택

외교부 “지소미아 종료 신중 검토”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다시 시작한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2일 “잠정 정지했던 일본의 3개 품목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산업부는 지난달 12일 일본 정부에 5월 말까지 수출규제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일본 측이 수출규제의 이유로 내세웠던 세 가지 요소가 해소됐다는 이유에서다.

나 실장은 “(지난달 말) 일본의 답변이 있었지만 기대한 답변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WTO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해 일본 조치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고 글로벌 공급 사슬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이 해소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제소송이란 강공을 다시 선택한 데는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대(對)일본 누적 수출액은 110억200만 달러(약 13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이 기간 전체 수출액이 11.2% 줄었다는 걸 고려하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선방했다. 같은 기간 대일본 수입 감소율은 10.0%로 수출 감소 폭보다 더 컸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부가 장기전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WTO 분쟁해결 절차는 협의 요청부터 최종 단계인 권고·결정 이행 계획 보고까지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WTO 제소를 하면서 앞 두 단계인 협의 요청, 협의는 이미 마쳤다. 협의가 불발로 끝난 만큼 정부는 바로 해당 안건을 심의할 패널 설치 절차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모테기 외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국 간 대화가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WTO 절차 재개를) 발표한 건 유감”이라며 “수출규제는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 상황과 그 운용 실태에 맞춰 실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효력을 유예하고, 12월 중국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열린 뒤 소강상태를 이어 오던 양국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외교부는 추후 지소미아 종료 카드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소미아의 효력을 언제든지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지난해 우리가 협정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상황”이라며 “논의 동향에 따라 (지소미아 종료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 갈등을 한·미 갈등으로 확대할 수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우리 정부가 일본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을 당시 공개적으로 강한 우려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와 미·중 분쟁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일 관계를 다시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크다.

조현숙·김다영 기자 도쿄=서승욱 특파원 newear@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