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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중소)기업을 한다는 것의 의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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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야사-39] 안녕하세요? 매일경제에서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이덕주 기자입니다. 이번 중기야사는 제가 반년 넘게 중소기업을 담당하면서 생각해왔던 한 가지에 대해서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기업을 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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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부자도 탈모인입니다. /사진=아마존


세계 최고의 부자는 누구일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답을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포브스 기준에 따르면(5월 28일 기준) 1위는 미국 기업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입니다. 2위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3위는 LVMH그룹(루이비통) 창업자인 베르나르 아르노와 그의 가족, 4위는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입니다.

대부분 세계적인 기업들의 창업자인데 12위에 처음으로 '금수저(2세)'가 나옵니다. 로레알 창업자 가문인 베탕쿠르트 일가(12위)가 나오고, 월마트 창업자의 2세들(13~14위)이 나옵니다. 이 사람들의 특징은 경영에 실제로는 참여하지 않는 대주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시아 최고 부자이면서 2세 경영자인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무케시 암바니(15위)가 나옵니다. 그는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아 릴라이언스그룹을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웁니다.

20위에는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인 매켄지 베이조스가 나옵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제프 베이조스)와 이혼하면서 세계 20위의 부자가 된 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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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켄지 베조스는 이혼하면서 남편이 보유한 아마존 주식의 25%를 받았습니다. /사진=giving pledge


21위와 22위에 중국 최고 부자인 마화텅(텐센트 창업자)과 마윈(알리바바 창업자)이 나오고 24위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나옵니다. 모두 20세기 말 창업해 엄청난 부를 이룬 기업가들입니다.

32위에 가야 일본 최고의 부자인 야아니 다다시(유니클로 창업자)가 나오고 33위에는 부동산 재벌인 중국 에버그란데 그룹의 회장이 나옵니다.

한국 최고의 부자는 78위에나 가야 나오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입니다.

기사로 자주 접하게 되는 이 부자 순위에는 사실 빠져 있는 부자들이 많습니다. 바로 왕족이나 독재자처럼 정확한 재산을 알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또 부동산만 보유하고 있다거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숨은 부자들도 빠져 있을 것 같습니다. 대주주가 어느 정도 공개되는 기업과 달리 이런 사람들은 존재 자체를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순위에 포함시키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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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계 최고의 부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은 MBS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진=위키피디아


그래서 이 순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업'이라는 형태로 재산을 보유한 사람들입니다. 대부분은 실시간으로 그 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상장사(공개기업)의 보유주식 가치가 재산으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개인으로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나 부채도 포함하고 있지만 주식 가치가 훨씬 큽니다.

이 부자들도 두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창업을 해서 부자가 되었거나 부모의 회사를 물려받아 이를 창업자처럼 키운 사람들입니다. 현재 기업의 CEO로 일하거나 기업 경영에 여전히 영향을 발휘하는 유형입니다. 다른 하나는 부모나 남편의 주식을 받아 말 그대로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월마트 창업자의 자녀들과 매켄지 베이조스 같은 사람들입니다. 전자를 우리는 '기업가(entrepreneur)'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기업을 키우거나 부모의 기업을 물려받아 이를 선대보다 더 키워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부자들은 후자보다는 전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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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는 21세기의 `기업가`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 놓은 사람입니다. /사진=위키피디아


포브스 순위를 보면 확실한 것은 부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가가 되거나 기업가의 자녀로 태어나거나, 기업가와 결혼을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포브스 순위처럼 기업가를 보는 것은 기업가를 보는 우리의 일반적인 시선과 비슷합니다. 즉 기업가를 '부자'로, 기업을 '부'를 만드는 수단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부'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일까요?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 삼성전자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에서도 삼성전자는 톱 클래스의 기업 중 하나입니다. 이런 삼성전자 주식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처럼 삼성전자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5만원 수준인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면 우리는 두 가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라서 보유지분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가 배당을 하면 배당금을 받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배당수익률은 2.79%, 우선주의 배당수익률은 3.31%라고 합니다. 10만원을 1년간 투자했을때, 33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금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은행정기예금 이자율(1년만기)이 0.9%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수익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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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몰리게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2018년 5월 50분의 1로 액면분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사진=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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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는 삼성전자의 경우이고 평균적인 기업들은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2019년 기준 상장법인 열 개 회사 중 일곱 개 회사만 배당을 했는데 평균 시가배당률은 2.3% 수준입니다. 즉 최고의 기업만이 높은 부를 창출해낼 수 있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렇게 성과가 압도적으로 뛰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수십 년 동안 성장해온 회사를 찾아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기업가 입장에서 보면 기업은 단순히 '부'를 창출해내는 수단은 아닙니다. 먼저 기업의 지배주주 혹은 경영자가 되면 여러 가지 특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배주주는 이사회를 구성하고 대표이사를 임명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또 대표이사는 기업의 경영상 의사결정을 내리고 인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 엄청난 권력입니다. 또 기업은 대표이사에게 높은 보수와 함께 차량이나 복지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소위 재벌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창업자의 후손으로 지배주주이면서 대표이사로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스스로의 노력보다는 좋은 부모를 만나 그런 지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재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를 단순히 '부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 혹은 사회의 '상류층'으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부모 세대부터 축적해온 사회적인 네트워크와 자본이 기업을 통해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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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드라마에 재벌2세가 등장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1977년 TBC 드라마 `서울야곡`에서 노주현 씨가 재벌2세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사진=1977년 6월 13일자 동아일보


그런데 이 특권은 많은 책임을 수반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성장하지 않는 기업의 가치는 계속 떨어집니다. 그래서 기업은 계속 사업을 확장하고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투자라는 것은 일종의 베팅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기업의 현금뿐만 아니라 기회비용을 포기해야 하고 이 결정이 기업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투자를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자입니다. 그리고 경영자를 임명하는 것은 지배주주입니다. 내가 지배주주라면 좋은 경영자를 선택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반면 내가 대주주가 아닌 전문경영자라면 투자의 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그 책임은 본인이 지지 않습니다. 투자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어느 정도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배주주가 없는 상장기업일 경우 이사회가 장기적인 투자를 결정하지만 그 책임의 무게는 다릅니다.

반면 내가 기업가(경영자이면서 지배주주)일 경우에는 자신의 투자 결정이 자신이 보유한 부의 가치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좋은 투자가 기업을 성장시킨 경우도 많이 봤지만 반대로 나쁜 투자가 기업을 망하게 한 사례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만약 투자를 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그 돈으로 배당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투자는 주주에게 돌아올 돈을 낭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또 투자를 받기 위해 돈을 빌려오거나 외부의 투자를 받는 것은 단순히 기회비용을 포기하는 것을 넘어 지배주주가 자신의 지분율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사업이 잘 안 될 경우 채무자들이나 다른 주주에게 기업을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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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결정으로 결국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아시아나항공까지 매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진=2006년 6월23일자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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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기업들이 계속 투자를 하고 혁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는 현행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기업가의 부와 권력에는 자신이 보유한 것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업가가 투자를 하고 도전을 하는 기업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나 재벌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들은 어떨까요? 그들도 우리는 기업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덕주 벤처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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