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대법원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차량 다시 매입하라” 판결 이후
獨법원 “리콜만으론 손해 치유 안돼”
국내 법원 재산상 손해 판단 엇갈려… 폭스바겐 “보상은 법원 판결 따를것”
최근 독일 연방 대법원이 배출가스를 조작한 폭스바겐에 고객의 차를 다시 매입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당 차를 산 고객들의 정신적 손해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를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수천 명이 참여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라 한국 법원이 독일처럼 ‘재산상의 손해’를 인정할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정신적 손해는 인정됐지만 재산상 손해에 대해선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재산상 손해를 인정하는지에 따라 교환·환불 등의 조치가 달라진다.
1일 법조계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 법원은 디젤 배출가스 수치를 낮추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상대로 한 3건의 민사소송에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해 소비자들에게 100만 원씩을 지급하라는 등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재산상 피해에 관해서는 법원의 일관된 판결이 없었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만 유일하게 재산상 손해를 인정해 “자동차 매매대금의 10%를 차주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문제의 차량들은 제대로 품질을 갖추지 못한 하자 차량이며, 사용 가치가 훼손됐기에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게 판결의 이유였다. 하지만 다른 2건의 재판에서는 차량 성능과 운행, 소유에 지장이 있거나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산상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재판은 모두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재산상의 손해를 인정한 독일 연방 대법원 판결이 국내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독일 연방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폭스바겐 미니밴 소유주 헤르베르트 길베르트 씨에게 차량 구입 대금(3만1500유로)에서 감가상각분을 공제한 2만6000유로(약 3500만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폭스바겐의 행동은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이었으며, 배출가스 관련 리콜 조치만으로는 차량 소유주의 손해가 치유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독일도 하급심 법원에서는 재산상 손해에 대해 엇갈린 판결이 나왔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교통정리가 된 셈이다.
한국에서 폭스바겐 소송에 참여했던 하종선 변호사는 “독일의 판례는 한국 법조계에서 연구논문이나 판결에 많이 인용된다”며 “한국은 환경부가 차량 인증 취소까지 했고,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인증 조작의 경우 자동차 환불을 해줘야 한다는 규정까지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독일 연방 대법원 판결로 인해 또 다른 6만 건의 개별 소송에서 패소가 예상되자 합의금을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한국 정부와의 합의안에 따라 리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추후 보상 등은 법원의 판결에 따를 것”이란 입장이다. 폭스바겐은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등에서 40조 원 이상의 벌금과 소비자 보상금을 지급했다. 한국에서는 27만여 명의 소비자에게 100만 원씩의 정비쿠폰을 지급해 2700억 원을 보상한 바 있다. 현재 한국 법원에서 진행되는 폭스바겐 관련 소송에는 약 4000명이 참여하고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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