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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필동정담] 대사의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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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로 유명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교수가 외교관으로 외도를 한 적이 있다. 하버드대 재직 중 1960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나섰다. 케네디와는 수시로 경제 현안을 토론했고, 연설문을 써주는 브레인이었다. 대선 승리 후 백악관 경제참모 같은 요직을 거절하고 인도 대사를 자원했다. 3년간 일하며 인도의 저개발과 빈곤 해결을 위해 자와할랄 네루 총리에게 국가 재건 사업 등을 조언했다. 이때의 회고록을 '앰배서더스 저널(Ambassador's Journal)'이라는 책으로 남겼다.

현재 유엔 대사로 있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이 비슷한 책을 내놓았다. '한국대사의 인도 리포트'라는 제목이다. 2015년부터 2년간 인도 대사 때의 소회를 정리했다. '믿기지 않는 인도(Incredible India)'는 1970년대 세계인에게 인도를 매력적인 관광지로 홍보하기 위해 만든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런데 본래 의도와 달리 인도를 찾은 이들의 황당한 경험을 희화적으로 묘사하는 데 딱 들어맞는 표현이 돼버렸다. 이젠 빠른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에 '너무 멋진 인도'로 뉘앙스가 바뀌고 있다고 한다. 조 대사가 공적인 임무를 넘어 인도를 탐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 이유였다고 밝힌 대목이다.

주재국에서 혹은 본부 담당 분야 경험으로 리포트를 쓴 외교관들의 역작이 적지 않다. 미얀마와 호주 대사를 거친 이백순 전 외교부 북미국장은 '대변환 시대의 한국 외교'라는 묵직한 책을 올해 초 펴냈다. 아르헨티나 대사를 지낸 임기모 의전장은 '외교관의 솔직 토크'라는 책에서 화려하게만 보이는 외교관의 속살을 잘 보여줬다. 이수혁 주미 대사가 노무현정부 시절 독일 주재대사로 있으면서 만난 정치인, 석학, 기업인과의 인터뷰를 묶은 대담집 '통일 독일과의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김학재 볼리비아 대사의 '나의 멕시코-깊숙이 들여다본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 문화와 역사를 재미있게 해석했다. 손길 닿는 대로 일독해보시길.

[윤경호 MBN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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