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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이것은 시집인가, 만화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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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시·만화 접목 ‘마음 시툰’ 시리즈 출간…“가볍게 즐겼으면”

경향신문

시에 만화를 접목시킨 ‘마음 시툰’ 시리즈 <마음 시툰: 용기 있게, 가볍게>의 한 장면.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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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시집인가, 만화책인가. 그 경계가 모호한 책이 나왔다. 시에 만화를 접목시키는 ‘마음 시툰’ 시리즈가 출간됐다. ‘시툰’은 시(詩)와 웹툰(webtoon)을 결합한 말이다. 시를 점점 읽지 않는 시대, “여유 없는 일상을 사는 대중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를 즐기고 위안을 얻기 바라는 마음”으로 화가와 시인이 2년에 걸쳐 정성껏 시를 골라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출간된 <마음 시툰 : 너무 애쓰지 말고> <마음 시툰 : 용기 있게, 가볍게>(창비 펴냄)는 모두 박성우 시인이 시를 선정했다. 300여편에 달하는 후보작 가운데 만화 내용과 어울리는 시를 각각 20편씩 골랐다. 고려시대 문인 이조년의 시조부터, 박목월·백석·이상·윤동주·이육사·김수영 등 당대의 유명 시인들, 박소란·유희경·최현우 등 현재 활동 중인 젊은 시인들의 시까지 고루 담겼다. 박 시인은 “시와 만화의 만남을 통해 독자의 마음 가까이에 다가가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지원하는 ‘2019 연재만화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한 <마음 시툰 : 너무 애쓰지 말고>는 <초년의 맛>의 저자인 만화가 ‘앵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책은 “묘하게 촌스러운” 복고풍 분위기의 카페 ‘29 재즈다방’을 배경으로 한다. 카페엔 1970~1980년대에 유행하던 ‘뮤직 박스’가 있고, 이제 갓 서른이 된 젊은 사장 영길은 이 음악부스 안에서 음악을 틀고 손님들에게 시를 읽어준다. 이런 시 낭송이 ‘오글오글’한 고등학생 보혜가 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책은 영길과 보혜가 각자의 고민을 나누며 시를 통해 위로받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린다.

자신의 꿈을 인정받지 못해 말하기를 주저하는 보혜에게 영길은 “뭔가를 증명하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하고, 보혜는 학교에 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내 마음하고 딱 맞는 시를 만나” 힘을 얻는다. ‘지구가 본래 삐딱해서 네가 삐딱한 거야./ 삐딱한 데다 균형을 맞추려니/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그러는 거야./ (…)/ 그러니까 말이다. 네가 삐딱한 것도 좋은 열매란 증거야.’(이정록, ‘삐딱함에 대하여’)

함께 출간된 <마음 시툰 : 용기 있게, 가볍게>는 <고사리 가방> <귤 사람>을 통해 제주의 자연과 생활을 표현한 김성라 작가가 쓰고 그렸다. 사계절을 테마로 시와 어울리는 일상의 풍경을 잔잔하게 담았다. 계절의 변화를 잊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일상, 어느 날 버찌 열매가 내 뒤통수를 때리고 말을 건다. 어느새 장마를 앞둔 초여름, 버찌가 떨어지는 계절이다. ‘봄엔 아무 꽃 침이라도 맞고 볼 일’이라는 시구(함민복, ‘봄꽃’)가 떠오른다.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김종삼의 ‘묵화’가 겹친다.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의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너무 애쓰지 말고>와 <용기 있게, 가볍게>는 책 출간에 앞서 창비가 운영하는 시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에 먼저 공개됐다. 두 책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마음 시툰’ 시리즈 2권도 함께 나왔다. 김용택 시인이 교과서에 수록된 시를 포함해 어린이들이 읽으면 좋은 시를 선정했고, 박근용·소복이 작가가 어린이의 생각과 감성을 담은 웹툰을 그렸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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