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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도시재생하겠다고 100년 역사 허문다는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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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수탈 아픔 간직한 옛 부산 대저수리조합 건물 철거 위기

연합뉴스

옛 대저 수리조합 건물 모습
[부산 강서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강서구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1927년에 지어진 근대건축물인 옛 대저수리조합 건물을 철거할 계획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부산 강서구와 지역 건축계에 따르면 부산 강서구는 대저1동 옛 대저수리조합 사무동과 비료창고를 철거하고 서부산 영상미디어센터 등이 포함된 문화시설을 건립한다.

최근 강서구는 설계를 담당할 건축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두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27년에 지어진 근대식 건축물이다.

이곳은 대저수리조합, 농지개량조합, 한국농어촌공사 사무실과 창고 등으로 쓰였고, 현재는 강서도시재생열린지원센터와 문화창고로 각각 사용 중이다.

일제는 낙동강 일대 범람과 바닷물 유입을 막기 위한 제방이나 수로를 만들고, 비료를 판매해 식량 수탈을 원활히 할 목적으로 1927년 대저수리조합을 세웠다.

건물 2개 동 중 비료창고는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사무동은 1952년 미 공군 전투기 추락으로 무너져 4년 뒤 새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시대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 의미의 건축물이 철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건축계와 역사계는 반발했다.

건축가 김승남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민간업자 개발사업도 아니고 공공에서 그것도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추진하는 문화시설 건립사업으로 소중한 지역 문화유산이 철거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이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강서구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귀중한 지역 자산"이라며 "부디 건축가 여러분은 이러한 공모전 참여를 거부해달라"고 말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이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가 나서 보존할 계획은 없다"며 "다만 건축가가 건축물 일부를 보존시키며 새로운 건물을 짓기를 희망하면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회 소장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역사적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역사적 의미가 충분한 이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문화재로 지정이 안 돼 있으니깐 철거해도 상관없다는 것은 지자체의 역사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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