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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대지 미술가 크리스토 별세…건물·섬 등 ‘포장’으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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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크리스토(왼쪽)와 장클로드 부부. 생전 공동작업을 했던 부인은 2009년 타계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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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건축물, 자연 공간을 낯설게 탈바꿈시켜 신선한 감동을 주는 작업으로 유명한 세계적 설치미술가 크리스토(본명 크리스토 자바체프)가 미국 뉴욕 자택에서 5월31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85세.

대지미술가·환경미술가로도 불린 크리스토는 프랑스 파리의 퐁네프 다리·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은 물론 세계 각국의 섬·호수·계곡 등을 통째 천으로 감싸거나 독특한 설치작업을 통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특정 사물을 천으로 감싸 ‘포장’해 버리는 작업은 해당 사물의 기능·성격은 물론 역사적·사회적 맥락까지 제거해 사물을 그저 예술감상의 대상으로 만드는 효과를 보인다. 또 일정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작품으로 예술의 영원성, 예술의 소유라는 통념을 깨뜨린다.

크리스토는 1935년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공부했으며, 1958년 만난 부인이자 예술적 동반자 장클로드(2009년 타계)와 함께 국제적으로 활발한 공동 작품활동을 해왔다. 1960년대부터 가구 등을 감싸는 작업을 한 부부 작가는 1985년 퐁네프 다리 전체를 포장한 작업, 1995년 베를린 국회의사당을 감싼 작업 등으로 세계적 주목을 끌었다. 특히 베를린 국회의사당 프로젝트의 판화작품은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이 2003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밖에 뉴욕 센트럴 파크에 문 7000여개를 세운 작업, 미국·일본 계곡에 설치한 우산 작업 등도 화제를 모았다.

크리스토는 부인 타계 이후에도 ‘장클로드와의 약속을 지킨다’며 부부가 구상했던 여러 작업을 실현시켰다. 영국 런던 서펜타인호수에 7000여개의 석유드럼통을 설치하거나, 이탈리아 이세오호수에 인공 부유물들을 띄운 작업 등이 대표적이다.

고인은 내년에 파리의 개선문을 감싸는 작업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의 작품세계는 현장 설치미술 작업을 담은 드로잉·판화·사진·오브제 등의 전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2008년 박여숙화랑에서 열린 부부전을 위해 방한한 크리스토 부부는 “특정 메시지나 목적의 추구가 아니라 순수한 예술을 위한 작품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갤러리고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전 등에서 드로잉 등이 소개되기도 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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