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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언택트쇼크]②"쿠팡 사절"…번지는 '택배 혐오' 공포가 만든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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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상자 통한 전파가능성 '극히 낮아'…세계 감염 사례 '0건'

의료계, 상자 버리고 손 씻으면 '안전'…"혐오 아닌 응원 필요한 때"

[편집자주]쿠팡 물류센터발(發) '집단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코로나19 시대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언택트'(비대면)가 돌연 '공포'로 탈바꿈했다. 역대급 호황에 가려졌던 물류센터의 '방역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급기야 일부 주택가에서는 '쿠팡맨 사절' 문구가 나붙으며 '택배 혐오'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일상과 가장 가까웠지만, 가장 허술했던 언택트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뉴스1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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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 "우리가 바이러스는 아니잖아요"

쿠팡맨 A씨 최근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에 배송을 갔다가 낭패를 봤다. 무거운 짐을 들고 아파트에 들어서자 '쿠팡직원 출입금지'라고 적힌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김씨는 "상품을 옮기고 있으면 사람들이 멀리 피해간다"며 내가 바이러스인가"라고 한탄했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쿠팡 물류센터로 옮겨붙으면서 때아닌 '택배 혐오'가 번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택배를 시키지 말자'는 주민 의견까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택배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1일 '택배 공포증'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따져봤다.

◇택배상자로 코로나19 전파?…"전 세계 감염 사례 1건도 없다"

택배 혐오의 저변에는 '택배상자' 또는 '택배기사'를 매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공포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택배상자'를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조정관은 "택배를 통한 감염의 확산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도 택배를 통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사실 매우 '예민한' 바이러스다. 인체 밖에서 죽지 않고 생존하려면 습도와 기온이 일정해야 한다. 자외선도 치명적이다.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택배상자에 묻은 코로나19가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평균 3~4시간에서 최장 24시간 남짓이다. 대부분의 경우 택배를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온도와 습도가 바뀌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전부 사멸한다.

전문가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감염병 전문의인 프랭크 에스퍼 박사는 "우편과 택배 등을 통한 감염 가능성을 연구한 결과, 전파 가능성은 없었다"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존스홉킨스 건강센터의 아메쉬 아달야 박사도 "바이러스가 생존하려면 적당한 기온과 습도가 필요하고, 자외선도 바이러스에게 치명적"이라며 "택배상자에서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품안전처(FDA) 역시 택배상자를 통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 "어떤 증거도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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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시 소재 쿠팡 물류센터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28일 부천오정물류단지 내 쿠팡 신선센터.2020.5.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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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통한 전파 극히 희박해…방역수칙만 지키면 안전"

'택배기사'를 통한 전파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택배상자는 주문자가 직접 열어야 하지만 택배기사와 소비자는 직접 대면할 일조차 거의 없다.

물류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초창기인 2월부터 일제히 '언택트(비대면) 배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비자가 원할 경우에만 비대면으로 택배를 건넸지만, 지금은 비대면 배송이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택배기사로부터 확진자가 나온 사례는 아직 없다. 쿠팡 물류센터발(發) 확진자는 지난달 31일 기준 111명이지만, 모두 물류센터 직원(75명)이거나 밀접접촉자(36명)뿐이다.

물론 전파 가능성이 '제로'(0)인 것은 아니다. 택배기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됐고, 하필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기 직전에 바이러스가 택배상자에 묻는 '극단적인 상황'에는 위험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경우에도 내용물만 꺼낸 뒤 상자를 버리거나 손을 깨끗하게 씻는 등 '생활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택배기사가 배송 직전에 상자에 기침하거나 장갑에 바이러스가 묻어있는 등 정말 극단적인 경우를 생각해 볼 수는 있다"면서도 "하루 정도 기다렸다가 상자를 열거나, 깨끗이 손을 씻는다면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택배기사나 택배상자로 인한 전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택배기사와 주문자 모두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상자 버리기,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생활방역을 잘 준수하면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택배보다는 대중교통이나 엘리베이터 등 일상에서 무심코 전파되는 '생활 감염'을 더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천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종이 상자보다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에서 더 오래 생존한다"며 "대중교통의 손잡이나 엘리베이터 문고리를 통한 감염 위험이 훨씬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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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쿠팡 사절 경고문(왼쪽)과 쿠팡기사 응원 편지(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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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덩어리 오지마' 쿠팡맨의 눈물…"혐오 아닌 응원을"

혐오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자제하자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 쿠팡 배송인데, 사람들 때문에 눈물 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쿠팡 배달원이라고 밝힌 B씨는 "코로나 이후 몇 개월간 셀 수 없을 정도로 물량이 팔렸다"며 "물, 쌀, 생필품, 음료 등 무거운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5층 수백곳을 들렀다. 몸무게가 한 달 사이 7㎏이 빠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뛰다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잠시 내릴 때도 있었다"면서도 "그때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람을 만나면 괜히 미안해서, 아니 사실 눈치가 보여서 다시 마스크를 올리며 숨을 참아야 했다"고 고백했다.

B씨는 '물류센터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고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고 한다. 그는 "위아래로 훑으며 돌리는 고개, '쿠팡이다, 짜증나' 등 비난의 목소리, '세균덩어리 오지마' 같은 잔인한 말들을 들어야 했다"며 "그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B씨는 이따금 가슴 따뜻한 격려를 받을 때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쿠팡맨을 응원하는 편지 사진을 올리면서 "몇 개월간 몸 아프고 마음 힘들었을 때 참았던 눈물이 한방에 콸콸콸 (흘렀다)"며 "다른 기사들도 다 눈물난다고(말했다)고 전했다. "배송할 때마다 정말 힘들지만 사람한테 느껴지는 감동도 많다"며 "그 맛에 계속 일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 쿠팡 소비자 김모씨(30)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택배 시스템 덕이 안전하게 생필품을 받을 수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혐오와 갈등보다는 응원과 격려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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