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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아파트와 베이비부머…인구는 '공간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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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권혜민 기자] [인구이야기 Pop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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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통계청의 가장 최근 조사를 보면 전국의 아파트는 1082만6000채다. 전국의 모든 주택(1763만3000채)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61.4%다. 이 비율은 20년 전인 2000년만 하더라도 47.8%에 그쳤다.

주거와 재테크가 맞물린 아파트, 그 불패(不敗)의 신화는 대한민국을 아파트 공화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의 흐름과 선호 평형수가 늘 똑같았던 건 아니다. 일정한 흐름이 있었다. 그 중심에 인구구조의 변화가 있다.



◇아파트와 베이비부머의 생애주기

아파트의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 중 하나가 1980년대 후반이다. 주택은행 시절이던 1986년부터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발표하고 있는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987년 전국의 주택가격은 전년대비 7.08% 올랐다.

1988년(13.22%)과 1989년(14.59%), 1990년(21.04%)에도 주택매매 가격의 폭등세는 이어졌다. 그러다가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주택가격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리고 다시 2000년대 초반에 두자릿수의 상승세가 반복된다.

아파트만 따로 놓고 봤을 때도 흐름이 비슷하다. 1987년 9.42%를 시작으로 1988년(20.04%), 1989년(20.2%), 1990년(32.28%) 등 매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3년 동안은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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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경기흐름과 맞물린 결과지만 '베이비부머'들의 생애주기도 영향을 줬다. 베이비부머는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다. 다른 나라의 일반적인 전후 세대와 마찬가지로 당시에 높은 출산율을 보이며 매년 약 100만명씩 태어났다.

1987년은 베이비부머의 한국 나이가 25~33세에 이르던 시기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 신혼주택을 구입할 시기였다. 폭발적인 주택 수요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소형에서 대형으로, 다시 중소형으로

베이비부머들이 처음 아파트를 구입하던 1980년대에는 당시 신축 아파트의 평균 연면적이 66.0㎡였다. 신혼부부들을 위한 아파트가 대세였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후 신축 아파트의 평균 연면적은 꾸준히 늘어난다.

신축 아파트의 대형 선호는 2000년대에 정점을 찍는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신축된 아파트의 평균 연면적은 82.2㎡다. 2000년대 초반은 베이비부머들이 중년에 접어들면서 성장한 자녀들과 함께 대형 아파트로 옮기던 시기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의 전국 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는 3.12명이다. 당시 4인가구의 비율은 31.1%로 가장 주된 가구형태를 보였다. 중년의 베이비부머 부모, 그리고 학령인구인 자녀 2명의 주거 형태가 일반적이었기에 아파트 면적도 커졌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는 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신축 아파트의 평균 연면적은 77.4㎡다. 2016년에는 69.4㎡까지 감소한다. 2017년(71.9㎡)에 소폭 상승하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제는 베이비부머보다 '1인가구'

아파트의 연면적에 영향을 준 건 가구형태의 변화다. 2000년 1인가구의 비중은 15.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그 비중이 29.3%까지 치솟았다. 만혼과 비혼 등의 영향으로 1인가구는 4인가구를 제치고 가장 주된 가구형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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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반영하듯 평균 가구원수도 2000년 3.12명에서 2005년 2.88명, 2010년 2.69명 등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8년 기준 평균 가구원수는 2.44명이다. 대형 평수를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중소형 아파트 수요가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768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9%를 차지한다. 고령 인구 비율은 올해 15.7%, 2030년 25%, 2040년 33.9%로 급증한다.

특히 고령 인구 중 상당수가 자녀와 동거하지 않아 중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65세 고령자 중 최소 10명 중 7명은 자녀와 같이 살고 있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고령화와 1인가구의 증가로 앞으로 집의 개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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