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코로나 피해 기업·가계 빚으로 버텼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4월 대출금액 75조원 넘어 / 기업 330·가계 140%이상 폭증 / 경기침체 지속 땐 부실화 우려

세계일보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악화해 자금흐름이 경색되자 기업과 가계가 지난 2∼4월 75조원이 넘는 돈을 은행에서 빌려 버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0% 이상 폭증한 수치로,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체율 폭탄이 터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31일 한국은행·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월부터 4월까지 석 달간 기업과 가계가 은행에서 대출한 금액은 75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동기(21조9000억원) 대비 244.7% 늘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과 가계의 상황이 그만큼 급박했다는 방증이다.

기업 대출 증가폭(51조7000억원)이 전년 동기(12조원)보다 330% 높았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이 가장 많이 증가(29조9000억원)했다. 중소기업 대출 중에선 개인사업자 대출이 16조8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물 경제와 가장 관련이 깊은 개인사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세계일보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도 21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대기업 대출이 1조원 감소한 것을 생각하면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현금 확보가 절실한 대기업이 확연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대기업은 코로나19 국면에서 회사채·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하는 데 애를 먹었다.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23조8000억원 늘어 지난해 동기(9조9000억원) 대비 140% 많았다. 가계는 2월과 3월 각각 9조3000억원, 9조6000억원을 빌렸지만 4월에는 4조9000억원을 빌려 증가폭이 다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계대출 증가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급전 수요, 부동산 대출 관련 수요 등이 섞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기업과 가계의 대출이 늘자 추후 연체율(한 달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비율)이 급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진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경기 침체 상태가 회복되지 않으면 시장에 돈이 돌지 않고, 이렇게 되면 기업과 가계가 돈을 제때 갚기 쉽지 않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해 기존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 금융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4월 시중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해 만기 연장된 금액은 17조5000억원(5만8000건)이다. 연체율은 경기 악화에 따라 나타나는 후행지표라,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한다면 올해 내 연체율로 인한 부실 폭탄이 터질 가능성도 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