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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MMF 5월 23조 급증…부동자금 향배따라 투자지형 요동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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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증하는 부동자금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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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직장인 김 모씨(39)는 최근 3년간 매달 꼬박꼬박 저축했던 정기적금이 만기가 되자 오히려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출을 줄이면서 차곡차곡 쌓인 월급 통장까지 합치면 목돈 5000만원을 모았는데 어디에 써야 할지 막막하다. 김씨는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현금이 부족하고 대출도 안 나온다"면서 "주식 투자를 하려니 이미 많이 오른 것 같기도 해서 재테크 강연회 등을 다니며 향후 투자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사례처럼 갈 곳이 없어 갈팡질팡하는 돈이 금융권에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동시에 정부 지원 등 막대한 현금이 풀리고 있지만 금리 인하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매일경제신문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 4대 은행의 지난 22일 현재 요구불예금 잔액을 합산해보니 모두 427조9845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 370조3622억원에서 올해 들어 5개월 동안 57조6223억원(15.6%) 급증했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 없이 금융사가 지급해야 하는 예금을 뜻한다. 인출이 자유로운 대신 지급 이자가 0%대로 매우 낮은 편이다. 정기 예·적금은 일정 기간 인출할 수 없어 더 많은 이자를 보장해주는 특징이 있지만, 최근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요구불예금과의 금리 차이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정기 예·적금의 매력이 뚝 떨어지자 그 잔액 역시 감소세다. 실제 시중 4대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작년 말 31조6197억원에서 5월 22일 현재 30조7006억원으로 5개월 새 9191억원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이나 정기적금이나 금리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자 굳이 적금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다"며 "어디든 자금을 이동시키기 편하게 요구불예금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 같은 4대 은행 요구불예금을 포함한 현금 통화,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 자금 규모는 지난 3월 말 현재 1106조33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작년 11월(1010조7030억원) 1000조원을 넘어선 뒤 올 3월까지 5개월 연속 매달 불어나고 있다.

금리 인하와 함께 부동 자금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증가폭이 작년 11월(32조7000억원)과 12월(34조8000억원) 30조원대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올 2월에는 47조원으로 커졌다. 한 달 증가폭이 40조원을 넘은 것은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초다.

대표적인 부동 자금 지표 중 하나인 MMF 설정액은 5월 한 달 동안 22조785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MMF 설정액은 156조7370억원으로, 작년 5월 말(106조808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50% 가까이 급증했다.

5월 들어 전체 펀드 설정액은 총 25조5900억원 늘었지만 이 중 부동 자금인 MMF를 제외하면 펀드 시장에 새로 유입된 자금은 2조8050억원에 그쳤다. 올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매월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5월 들어 부동산, 파생형 펀드로 신규 유입되는 자금도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이다. 코로나19로 투자 환경이 전방위적으로 얼어붙으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부동 자금은 고수익을 좇아 부동산 시장이나 증시로 흘러가는데 최근 부동산 규제 강화로 증시 쪽에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5월 들어 코스피가 2000선 고지를 되찾으면서 다소 주춤했던 자금 유입이 재개되는 모양새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4월 3566억원 감소했으나, 5월 들어 다시 1조8000억원 증가해 44조579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증시 예비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지난해 말(27조3384억원)보다 63.1%나 급증한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이달 18일(10조783억원) 3월 이후 두 달여 만에 10조원대로 올라섰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개인투자자가 많아지면 신용융자 잔액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자금은 채권 시장으로 이동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최근 채권 시장이 다소 안정되면서 채권펀드는 국내 채권을 중심으로 자금이 소폭 유입세로 전환됐다. 5월 들어 채권펀드에 1조544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문일호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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