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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손학규 딸'은 없다...'작가·영화감독 손원평'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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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몬드' 韓日 베스트셀러 반열

8년 구상한 이야기로 장편영화 연출

미스터리 스릴러 '침입자' 4일 개봉

"가족은 늘 따뜻한가, 관객에 질문"

"어려운 때 개봉, 영화 잘 봐주시길"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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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아무개의 딸’이거나 ‘아무개의 아들’이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싫든 좋든 그렇다. 운명이다. 그런데 ‘아무개’가 쉽게 특정 되는 유명인이라면 인생이 조금, 때로는 아주 많이 번거로워진다. 무엇보다 ‘나는 나’라는 자아 정체성 확립의 길이 쉽지 않다. 자꾸만 주변에서 유명인의 딸, 아들로 규정하는 탓이다.

이럴 경우 상당수는 반쯤 자포자기하거나 아예 상황을 적극적으로 즐긴다. 하지만 어떤 이는 오히려 보란 듯이 자신의 이름을 기어이 찾고야 만다. 작가이자 영화감독 손원평(41·사진)이 그렇다. 정치인 ‘손학규의 딸’이란 수식어가 이제는 무색하다. 소설 ‘아몬드’로 한일 양국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데 이어 오는 4일 개봉을 앞둔 장편 상업 영화 ‘침입자’를 직접 각본·연출했다. 심지어 영화는 코로나 19 사태 이후 ‘규모 있는’ 한국 상업 영화로는 처음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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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기획한 영화···코로나와 정면 승부

영화계 전체가 전례 없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손 감독은 최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 무대에 주연 배우들과 함께 올랐다. 코로나 19 여파로 개봉을 이미 두 번이나 연기했고,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으니 정면승부 하기로 한 것이다.

손 감독은 먼저 이번 영화에 대해 “처음 기획한 지 8년 정도 됐다”며 “오랫동안 구상했고, 긴 시간 동안 여러 번 변주를 겪은 끝에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손 감독은 “(기획 과정에서) 남녀 역할이 바뀌었던 적도 있고, 규모가 작았던 적도 있었다”며 “낯선 사람, 즉 삶의 가치관이 전혀 다른 사람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게 이야기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건축가 서진(배우 김무열)에게 25년 전 실종된 동생 유진(배우 송지효)을 찾았다는 연락이 오고, 서진이 유진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 하는 가운데 다른 가족들은 금세 그녀를 받아들이면서 여러 사건이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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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이어 다시 가족의 의미 묻다

손 감독은 “소설 아몬드를 쓸 때, 기대했던 것과 다른 아이가 다시 돌아온다면 가족의 이름으로 낯선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같은 주제를 전혀 다른 스릴러 영화로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 감독 말대로 영화 침입자는 소설 아몬드와 교집합의 분위기를 내는 지점들이 있다. 아몬드에는 분노, 공포 같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와 공원에서 엄마를 잃어버렸다가 1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아이, 곤이 등장한다.

그래도 소설은 소설, 영화는 영화다. 영화 만의 스토리 전개 묘미는 또 다르다. 손 감독은 “캐릭터들이 역방향으로 변해가는 구조를 띠고 있다”며 “평범했던 사람들이 이상해지고 우위에 있었던 사람들은 약해지고 약한 사람들은 우위로 가는 식으로 변화해 간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 관객들 역시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 하며 자신의 추리를 의심하게 된다. 손 감독은 “그런 관람을 목표로 해서 연기 지도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집과 가족의 의미를 관객들이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는 데 영화 연출에 초점을 맞췄다. 손 감독은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이라는 보편적 개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살고 있지만 가족은 어둠이 가장 많이 담긴 지점일 수 도 있다”며 “가족에 대한 믿음이란 것도 어찌 보면 허상일 수 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점에 등치 해서 표현해 보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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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보다 영화인이 먼저였다”

손 감독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손 감독은 “소설로 먼저 인사드렸지만 오랫동안 영화인으로 살았다. 영화 데뷔가 이렇게 늦어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 손 감독은 2001년 영화 전문지 ‘씨네21’을 통해 영화평론가로 데뷔했다.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2005), 너의 의미(2007), 좋은 이웃(2011) 등 단편 영화도 여러 편 연출했다.

현 상황에서는 아버지의 딸도, 작가도 아닌, 오로지 영화 감독으로서의 정체성에 집중하고 싶다고도 했다. 소설과 달리 영화는 혼자 만의 작품이 아니라 감독, 배우는 물론 모든 스텝, 투자자 등이 모두 함께 한 공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기적인 어려움 탓에 이미 두 차례 개봉을 연기한 후 개봉을 하게 됐다는 점도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손 감독은 “코로나 시대에 극장이 오래도록 쉰 상황에서 상업영화로서 관객에게 다시 선보이는 첫 영화가 됐다”며 “제작진의 한 명으로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조마조마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손 감독은 “앞으로 이어서 개봉할 다른 영화들에 우리가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며 “영화관에 오랫동안 못 오셨던 관객들이 모두 안전 수칙을 잘 지키면서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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