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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부동산정책 신경전?…투기규제 핵심처에 기재부 입김확대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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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부동심+주정심' 통합 거론…유명무실 '투기지역' 폐지도

"경제회복+세수확대' 중점 기재부, 국토부 규제 관여땐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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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좌측)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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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 = 기획재정부가 '투기지역'을 결정하는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부동심)를 국토교통부의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와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역할 중복 가능성이 높은데다 유명무실한 위원회를 폐지하고 주정심이 주도하는 부동산 정책에 기재부의 입김을 키운다는 안배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선 이 경우 경제회복과 세수확대가 급선무인 기재부와 부동산 투기규제를 제1과제로 삼은 국토부의 정책 '엇박자'가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 '부동심·주정심' 통합 가능성 내비쳐…"실무차원 논의"

31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부동산 정책을 결정하는 부동심과 국토부가 주관하는 주정심의 통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재부가 두 위원회의 통합에 나선 이유는 '유명무실'해진 부동심의 역할 때문이다.

부동심은 부동산시장을 모니터링하고 부동산 투기지역 지정을 논의하는 12명의 회의체로 기재부 1차관을 위원장으로 두고 국토부 차관, 한국조세연구원장, 한국감정원장 등 정부위원 6명,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 민간위원 6명이 참여한다. 투기지역은 국토부 장관이 요청하면 기재부 장관이 부동심을 거쳐 지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 2003년부터 1~2개월 주기로 55차례 회의가 진행됐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선 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 정책에 주력하면서 2012년 5월 이후 1차례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현 정부에선 2017년 7월과 2018년 8월 서울 15개 구와 세종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자 열린 회의가 전부다.

반면 국토부가 주도하는 주정심은 부동산 투기규제를 기조로 한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정책도구로 활용됐다. 실제 주정심은 2017년 5월 이후 총 13차례 개최됐으며 택지개발지구와 투기과열지구,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등 부동산 정책 핵심내용을 결정했다. 사실상 부동산 정책의 핵심을 주도하는 위원회가 된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심이 결정하는 투기지역과 주정심의 투기과열지구는 규제, 대출, 세제가 똑같아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먼저 이번 논의는 위원회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통합과정에서 투기지역을 남겨둘지 투기과열지구와 합칠지는 실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통합하더라도 세제 등 기존규제는 고스란히 가져가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로 해석하는 것은 틀렸다"고 덧붙였다.

뉴스1

2020.2.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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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규제' 핵심처, 기재부 입김에 경기정책 염두할 가능성 커져

통합방식을 두고서도 부처의 입장이 다르다. 가장 유력한 안으론 주정심을 중심으로 통합하되 25명의 주정심 위원 중 기재부가 위촉할 수 있는 주정심 위원의 수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주정심 위원 25명은 현재 위원장인 국토부 장관을 포함해 기재부 1차관 등 당연직이 14명, 국토부가 위촉한 민간위원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부동심의 역할이 유명무실하지만 형식상으론 위원회 간 통합이라 과반에 버금가는 민간위원 위촉권한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기재부가 욕심을 내면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인 부동심이 통합되는 만큼 위원장의 교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문제는 주정심에 경제활성화와 세수확대를 목표로 한 기재부의 입김이세질 경우 위원회의 중점과제인 부동산 투기규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과거 기재부가 분양가상한제의 민간택지 확대에 제동을 걸어 일부 재건축단지의 6개월 유예기간을 부여한 사례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시장을 경기회복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경기회복에 사활을 건 현시점에서 해법마련에 고심 중인 기재부가 주정심의 결정에 깊게 개입한다면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국토부에 대한 정책 주도 의지도 엿보인다. 홍 부총리가 최근까지 발표한 추가경정예산 책정에선 국토부 담당인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을 명시적으로 배제했다. 한국형 뉴딜 속 SOC의 디지털화도 초기안에선 경기회복에 마중물효과가 큰 건설산업이 제외된 양상을 보였다. 최근 거론된 그린 뉴딜에선 애초 국토부의 안건이 없었다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부처 관련 사업을 적극 강조하면서 판을 바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은 실무 논의 수준의 '투기규제' 담당 위원회의 통합 이야기가 하필 경제활성화를 꾀하는 시점에서 나오는 것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정책의 엇박자가 나오지 않도록 내부에서 조율한 뒤에 정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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