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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20억 주고 2조원 번 김범수…기부하는 단 한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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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줄리아 투자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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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이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스카이캐슬로부터의 자유'를 주제로 열린 '미래를 여는 시간' 제8회 교육혁신 포럼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2019.9.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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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0억원을 기부하고 두달반만에 자산이 2조원 이상 늘었다는 소식이 화제다. 그는 지난 3월 20억원 상당의 카카오 주식 1만1000주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에 기부했다. 코로나 피해 복구에 써달라는 취지였다. 이후 카카오 주가가 급등하며 그의 지분 가치가 크게 뛰었다.

이 소식을 접하고 기부와 관련해 3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김 의장처럼 부자면 기부하는 것이 쉬울까. 김 의장의 미담처럼 나눠주면 더 많이 돌려 받을까. 왜 어떤 사람은 기부하고 어떤 사람은 기부하지 않을까.


1. 돈이 많으면 기부하기가 더 쉬울까.

부자라고 기부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자들이 기부하지 못하는 3대 이유가 있다. 첫째, 자신이 돈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자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한 지인이 말했다. “100억원이 있으면 행복할 것 같죠? 안 그래요. 그 사람들은 1000억원대 부자와 비교하거든요. 자기가 돈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1000억원대 자산으로 불리나. 잘못 투자해서 손실이 나면 어쩌나. 제가 보기엔 10억원 가진 사람보다 돈 걱정이 더 많아요.”

돈의 많고 적음은 상대적인 것이라 늘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과 비교하면 자신이 가진 것이 언제나 부족하게 느껴진다. 기부는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도, 돈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둘째.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 큰 부자들의 자산 상담 1위는 유산 상속이다. 내가 죽을 때까지 먹고 살 것은 쌓아뒀는데 이걸 어떻게 자식에게 잘 물려 주느냐가 큰 고민이다. 자식들 먹고 살 것까지 챙기려니 남에게 나눠줄 돈이 없다.

셋째, 자선단체를 믿을 수 없다. 기부는 남에게 돈을 주면 나보다 필요한 곳에 더 잘 쓸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부자는 스스로 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선단체에 대해서도 ‘나보다 더 잘 쓸 수 있을까’란 의심을 갖기 쉽다. 이 때문에 기부하기가 더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2. 많이 베풀면 더 많이 받을까.

우리는 선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이 사회에서 성공하고 하늘에서 복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선징악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도 착하게 살려 하지 않을 것이고 사회는 지옥처럼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남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고도 많은 돈을 벌어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많다. 지독하게, 또 부당하게 돈을 벌어 죽을 때까지 편안하게 살고 그 돈으로 자식까지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반면 남을 많이 돕고 좋은 일을 많이 해도 늘 가난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많이 줄수록 많이 받는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런 아름다운 동화가 아니다.


3, 기부는 왜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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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도시 트위터 및 스퀘어 CEO, 2019월 1월 'CES 2019' 행사에서 /사진=AFP



돈이 많든 적든 피 같은 내 돈을 아무 대가 없이 남에게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많이 베푼다고 조상이 꿈에 나타나 로또 번호를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후손이 복 받아 잘살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자기 재산을 척척 내놓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SNS 트위터와 온라인 결제서비스 스퀘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잭 도시는 ‘공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43세인 그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다 중도 하차한 앤드류 양의 팟캐스트에 지난 21일 출연해 “살아 생전에 내 모든 재산을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49억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그는 이미 지난 4월7일 트위터를 통해 10억달러(1조2350억원) 상당의 스퀘어 주식을 코로나 피해 복구와 기본소득 제정. 여자 아이들의 교육 및 건강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당시 그의 전체 자산의 28%에 달하는 규모였다. 그는 2016년에는 자신이 보유한 스퀘어 주식 30% 중 3%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도시는 아직 40대 초반, 살아갈 날이 많다. 자녀는 없지만 훗날 생길 수도 있다. 그에게도 기부하지 못할 이유는 찾으려면 수없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전 재산을 내놓으려 한다.

이에 대해 도시는 제리 양의 팟캐스트에서 “나는 모든 것이 다 연결돼 있다는 원칙에 따라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에게 연결돼 있기에 "누군가 고통스러워 하면 언젠가는 결국 나도 고통스럽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내가 어렸을 때, 또는 25살 때 내가 지금 이런 위치에 있을지 상상조차 못했다"며 "너무나 감사한데 감사란 그저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는 "내 생전에 모든 재산을 기부하고 싶은 것은 기부의 영향력을, 이기적이게도, 내 생전에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생전에 가진 모든 것을 바쳐 세상의 선한 변화를 보고 싶다는 그 욕망을 '이기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내 돈을 나누지 못할 이유는 수만가지다. 하지만 내 돈을 나누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기부는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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