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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뉴스피처] "이래서 기부하겠습니까?" 정의연 사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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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그 돈(기부금)을 쓴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할머니들한테 쓰는 게 아니고 도대체 어디 쓰는지, 쓴 적이 없습니다."

"(수요집회에 참석한) 그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습니까.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지 않습니까. 그 돈을 그럼 어디에 씁니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익법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사용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정의연의 기부금 관련 회계 부정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된 2016∼2019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정의연은 약 4년간 기부금 49억여 원을 모아 9억여원만 피해자 할머니들 지원 사업에 썼습니다.

또 경기도 안성 쉼터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했다가 최근 반값 수준에 판 사실이 알려지며 배임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며칠 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설인 나눔의집 또한 후원금 사용처와 관련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각계각층에서 모인 후원금으로 부동산·현금자산을 보유하고, 향후 노인요양사업에 쓰려 한다는 내부 고발입니다.

또 일부 연예인들 후원금 역시 이들 동의 없이 생활관 증축 설립에 사용됐는데요.

그중 방송인 유재석 측은 "그 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기부금 사용과 관련한 비영리단체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된 건 처음이 아닌데요.

지난 2010년 기부의 상징이던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직원들의 성금 유용 등 비리를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2018년에는 기부단체 새희망씨앗 회장이 기부금을 유용해 징역 6년 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기부금 유용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온라인 등에선 기부를 꺼리는 '기부 포비아'가 확산합니다.

'정기 기부할 만한 곳을 찾는데 몇 해 전 사랑의열매 등 봉사 단체들 자금 사용이 투명하지 않은 것 같아 사실 신뢰가 가지는 않네요.'

'개인적으로 기부하는 게 가장 현명할 듯. 단체에 거액을 기부하면 뭐하나. 엉뚱한 곳으로 다 들어가는 것을.'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기부율은 2015년 29.9%, 2017년 26.7%, 2019년 25.6%로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의연 등 논란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기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대학생 김민지(25) 씨는 "기부 내역 같은 것도 투명하게 잘 공개를 안 해주기도 하고, 또 제가 원래 의도했던 방향대로 기부금이 사용되는 게 아니니까 기부를 하는 의미가 있나"라고 씁쓸해했습니다.

서울 거주 대학생 김예나(27·가명) 씨도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기부를 주저하게 된다"라며 "기부금이 (의도와) 다르게 쓰이면 사람들도 기부를 많이 안 하게 되고, 그럼 정말 좋은 단체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서울에 사는 직장인 정희조(50) 씨는 "큰 비영리 단체 같은 경우 어떤 곳에선 홈페이지라든가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시한다"며 "좀 더 많이 이렇게 활성화가 되면 내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나눔에 뜻이 있는 이들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기부금 사용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회계 감사를 받아서 투명성을 보장하면 그렇지 않은 것보다는 더 기부자들이 몰릴 것"이라며 "또 운용 리포트를 제대로 만들어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기부자들이 100원을 줬을 때 정말 도우려는 분들 손에 얼마나 가는지 효율성 지표를 많이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 계좌를 통한 일부 후원금 수령을 사과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쓴 것은 아니다"라고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을 부인했습니다.

기부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선의가 훼손되지 않아야 합니다.

관련 단체들은 기부금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공개할 때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은정 기자 이성원 인턴기자 김혜빈

연합뉴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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