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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수백억 자산가 조영남, 무료 '국선변호인' 택한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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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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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그림 대작'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그림대작 사건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가수 조영남이 대작(代作)인 것을 알리지 않고 다른사람에게 그림을 판매한 것이 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판단을 내리기 위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2020.5.2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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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죄로 기소돼 상고심 재판을 받고 있는 가수 겸 화가 조영남씨는 28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변호인 강애리 변호사와 함께 출석했다.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조씨는 강 변호사를 '사선'으로 선임한 게 아니다. 2018년 9월 조씨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 강 변호사가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3월 경 뒤늦게 조씨가 사선이 아닌 국선을 택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력가인 조씨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체로 국선변호인 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돈이 없는 경우에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붙여준다고 오해하지만 현행 법은 그렇게 돼 있지 않다. 국선변호는 가난한 이들만을 위한 제도는 아니다.


"국선변호, '가난한 사람'만을 위한 제도는 아냐"

형사 피고인이 자신의 돈을 들여 변호인을 별도로 구하지 않은 것을 전제로, 법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에 '국가 예산으로 변호인을 선임해 주는 제도'가 '국선변호인'제도다.

살고 있는 자택 가격만 해도 100억원이 넘는다는 조씨가 국선변호를 받을 수 있는 건 우리 법제도가 이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은 '필요적 국선변호'의 경우로 △피고인이 구속된 때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때 △피고인이 70세 이상인 때 △피고인이 농아자인 때 △피고인이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때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로 정하고 있다. 필요적 국선변호란 피고인이 사선 변호인이 없을 때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씨는 1945년생으로 만 75세다. 따라서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으면 법원은 반드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줘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엔 '임의적 국선변호'로 부르는 경우도 규정돼 있다.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사선 변호를 받을 능력이 안 되면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알아서 붙여준다고 오해하지만 제도가 그렇게 돼 있지 않다. '빈곤'을 이유로 하는 경우엔 피고인이 재판부에 청구를 하고 재판부가 이를 인정해줘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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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상해 등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최씨는 항소심에서 빈곤을 이유로 국선변호를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기각결정을 내렸다. 2019.5.3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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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으면 국선변호를 받는다'는 인식이 생긴 이유

보통 '돈이 없는 경우에 국선변호를 받는다'고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유는 형사 피고인이 '사선'을 선임하면 국선변호인은 자동적으로 필요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적 국선변호'를 받을 수 있는 경우에도 사선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국선변호를 받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셈이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는 "국선변호인 신청에 대해선 법원이 일단 모든 피고인에게 고지는 하고 대상자 해당여부는 신청 받은 후에, 법원에서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범위에 해당되는 지를 살핀다"며 "만약 법에서 정한 대상사건이 아니고 피고인이 경제력 등에서 해당 사유가 없어 임의적 국선변호 대상도 아니면 기각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국선변호에 대한 인식이 나빴지만 최근엔 변호사수 증가로 질적으로도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력가 조영남이 '국선변호인' 택한 진짜 이유는…

조씨가 '필요적 국선변호'에 해당한다고 해도 재력가인 그가 비용이 들지 않는 '국선'을 택한 것을 두고 '기행(奇行)'이라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대형 로펌이나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재력이 충분한 조씨가 국선변호인을 택한 것은 의외의 결정이란 것이다.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긴 했지만, 법리 논쟁이 치열할 수 있는 대법원 3심에서 오히려 2심 승소를 이뤄낸 기존 변호사와 함께하지 않고 새로 젊은 국선변호인에 변론을 맡긴 것은 모험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변호사는 대법원 국선변호인단 중 한 명으로 미리 등록돼 있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랜덤으로 대법원에 의해 조씨 국선변호인에 선정된 직후 직접 조씨에게 연락해 사건을 맡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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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대작'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그림대작 사건 공개변론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가수 조영남이 대작(代作)인 것을 알리지 않고 다른사람에게 그림을 판매한 것이 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판단을 내리기 위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2020.5.2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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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음대 후배에 전시기획 전공한 젊은 국선변호인, 신뢰하고 맡긴 조영남

서울대 음대 작곡과 출신으로 공교롭게 조씨의 대학 후배이기도 한 강 변호사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선 전시기획을 전공하기도 할 정도로 미술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다. 예술분야를 전공한 변호사로서 법리적으로나 예술사적으로 조씨 사건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판단해 조씨에게 변호 의지를 피력했다는 게 강 변호사의 설명이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조씨도 세간의 시선을 의식해 '돈도 많으면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괘씸하다'는 평가를 들을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 변호사가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오해하겠냐"며 사건을 꼭 맡아 변호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자, 조씨가 강 변호사의 전문성과 의지를 높게 평가해 신뢰를 갖고 변호를 맡겼다는 설명이다.

조씨는 오랜 기간 고용했던 대작 화가의 폭로로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작품 구매자들에 의한 고소가 이어지자 검찰은 조씨를 사기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28일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강 변호사는 "국내 작가들과 세계적인 유명 작가들도 조수 도움을 받는다"며 "조수의 존재는작품 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거래 관행상 구매자들은 작가에게 조수 사용 여부를 묻지 않는다"고 변론했다.

이날 공개변론까지 끝낸 대법원 재판부는 수개월내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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