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한우 1등급 살 돈으로 2+등급 사서 먹는다···재난지원금의 배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난지원금 이후 장바구니 물가 비교



중앙일보

과일·신선식품·채소·주류·정육 구입 시 소비자 가격 비교. 그래픽 김영옥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해 2주가 지났다. 재난지원금은 지난 13일부터 시중에서 사용이 가능했다. 26일까지 2055만5632가구(94.7%)가 12조9640억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했다.

막대한 돈이 풀렸지만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에선 긴급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대기업 계열 유통사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과일·신선식품·채소·주류·정육을 구입한다고 가정했을때 평균 장바구니 가격은 대형마트가 가장 저렴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여기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 김포 = 문희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하나로마트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대형마트보다 다소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김포 = 문희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긴급재난지원금을 쓸때와 그렇지 않을 때 소비자가 지출해야 하는 돈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중앙일보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불가 매장(대형마트·SSM)과, 사용 가능 매장(식자재마트·하나로마트), 그리고 일부 신용카드로만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매장(고급 식품 할인매장)이 반경 5㎞ 이내에 한꺼번에 밀집한 지역(경기도 김포시)을 찾아, 지난 26일 상품의 시세를 직접 조사했다. 참고로 농협·새마을금고에서 발급한 신용카드의 경우 고급 식품 할인매장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

과일·신선식품·채소·주류·정육 등 가정에서 많이 사는 5개 상품군을 조사 대상으로 삼고, 해당 품목 중에서 5개 매장이 이날 동시에 판매한 제품을 골랐다. 과일(수박·8㎏), 채소(양배추·3통), 맥주(국산·수입 각각 4캔), 돼지고기(국내산 삼겹살·1근), 소고기(1등급 한우·300g), 닭고기(볶음탕용·1㎏)를 구입했을 경우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가격을 계산했다.

조사 결과 대체로 장바구니 물가가 가장 저렴한 곳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대형마트였다. 가격 비교가 가능한 8개 품목 중 절반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특히 육류 가격은 다른 매장보다 평균 10% 이상 저렴했고, 맥주 등 공산품 가격도 가장 쌌다.

중앙일보

대형마트 대비 육류 가격. 그래픽 김영옥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매장들은 대형마트보다 제품 가격이 약 6.2~15.6% 더 비쌌다. 전체 품목을 대형마트에서 산다면 9만9520만원이 든다. 하지만 하나로마트(10만5636원)나 동네 식자재마트(11만5044원)에선 똑같은 물건을 6100~1만5500원 더 줘야 했다. 소비자가 재난지원금으로 이들 품목을 사면 평균적으로 10% 안팎을 더 지출하는 셈이다.



육류, 재난지원금으로 사면 손해



그중에서도 육류는 대형마트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의 가격차가 가장 큰 제품군이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국내산 삼겹살·오겹살용 돼지고기를 구입할 수 있는 동네 식자재마트·하나로마트의 100g 당 가격(2600~2634원)은 대형마트(2280원)보다 15%가량 비쌌다. 다만 SSM 판매가격(3000원)보다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가 더 저렴했다.

중앙일보

육류는 대형마트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의 가격차가 가장 큰 제품군이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육고기를 구입하면 약 2~36% 더 돈을 써야 한다. 김포 = 문희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고기(1등급 한우)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사는 게 소비자에겐 다소 손해다. 하나로마트에선 100g 당 1만1000원에 사야 하지만, 대형마트에선 1.9% 싼 1만800원에 살 수 있다. 식자재마트는 1등급 한우를 취급하지 않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 분류상 1등급 판정을 받은 소고기는 아니지만, 2등급 한우 중에서도 품질이 고급인 소고기를 취급한다는 뜻에서 식자재마트는 2+ 등급으로 자체 분류했다. 여기서 파는 한우(1만800원)는 2+등급인데도 대형마트 1등급 한우와 가격이 같았다. 소고기 역시 대형마트에서 사는게 소비자에겐 가장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전범룡 농협유통 축수산사업부 과장은 “(기자가) 방문한 매장은 지역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인데, 직영 하나로마트와 달리 한우를 직매입하지 않고 지역농협에서 운영자를 통해서 자체구매한다”며 “수도권 일부 매장에선 하나로마트가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닭고기의 경우 직접적인 가격 비교가 어려웠다. 식자재마트·대형마트는 하림, 하나로마트는 목우촌, 고급식품할인매장은 초원의전설, SSM은 체리부로에서 가공한 닭고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같은 하림 닭고기도 식자재마트는 동물복지닭, 대형마트는 무항생제닭만 취급했다. 다만 브랜드를 고려하지 않고 100g 당 가격을 비교했을 때, 식자재마트(786원)가 가장 비쌌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SSM(575원)·대형마트(598원) 대비 31~36% 더 돈을 줘야 했다.

중앙일보

수입맥주 4캔 세트는 대형마트(9400원)보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구입이 가능한 매장(식자재마트·하나로마트)에서 +6.4% 비싸다. 김포 = 문희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채소는 식자재마트, 과일은 하나로마트가 저렴



중앙일보

국산맥주 500mL 캔제품은 대형마트에서 1880원에 판매한다. 하나로마트에서는 같은 가격에 팔지만, 식자재마트(2150원)에선 14.4% 비쌌다. 김포 = 문희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맥주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사면 대체로 손해다. 하이네켄·호가든·기네스 등 500㎎ 4캔 세트를 묶어서 판매하는 일반적인 수입맥주의 경우 대형마트에선 9400원에 살 수 있다.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매장(식자재마트·하나로마트)에선 600원 비싼 1만원에 판다(+6.4%).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리는 OB맥주의 카스 500mL 캔제품은 대형마트 소비자 가격이 1880원이다. 하나로마트에선 동일한 가격(1880원)에 팔지만, 식자재마트에선 14.4% 비쌌다(2150원).

중앙일보

수박 1㎏당 가격은 역시 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한 기업형 슈퍼마켓(2152원)이 가장 저렴했다. 김포 = 문희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일은 여름에 가장 인기인 수박을 조사했다. 할인행사 상품과 일반 수박의 1㎏당 가격을 각각 조사한 뒤 이 가격을 평균했다. 1㎏당 가격은 역시 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한 SSM(2152원)이 가장 저렴했다. 다만 긴급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하나로마트서 판매하는 수박(2277원)이 대형마트(2325원)보다 다소 쌌다. 가장 비싼 곳은 식자재마트(3930원)였다.

중앙일보

대형마트 대비 과일·채소·맥주 가격. 그래픽 김영옥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채소는 식자재마트가 경쟁력이 있었다. 양배추 1통의 가격(2980원)이 대형마트(3980원)보다 25% 저렴했다. 다만 하나로마트(4900원)는 대형마트보다 양배추가 비싸다. 결국 긴급재난지원금을 현명하게 사용하고 싶다면 채소와 과일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이다.

중앙일보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형마트 매출이 품목별로 두자릿수 감소했다. 사진은 26일 오후 김포의 한 대형마트. 다소 한산한 모습이다. 김포 = 문희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이후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매장 매출은 늘었지만, 대형마트 매출은 줄었다. 동네마트 배달 애플리케이션(로마켓)에 따르면,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이후 12일간 로마켓과 가맹 계약을 체결한 동네수퍼 매출은 20.3% 증가했다(13~24일 기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하나로마트도 매출이 36% 늘었다(16~17일·양재점 기준).

반면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롯데마트(-18.6%)·이마트(10~16%)는 비슷한 기간 매출이 꺾였다(13~24일 기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형마트보다는 다소 비싸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매장에 소비자가 몰렸다는 뜻이다.

김포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