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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용수 할머니 든 회견문, 잘못 가져간 것…뒤늦게 알고 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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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딸과 만든 문건 공개했던 할머니

시민모임과 만든 회견문도 따로 있어

수양딸도 “나와 만든 것 공개해 놀라”

중앙일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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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회견문이 원래 의도와는 다른 것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할머니는 자기 의사와 다른 회견문을 공개한 것을 뒤늦게 알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할머니는 당시 기자회견을 시작한 직후 한 문건을 들어보이며 “이걸 (취재진이) 전부 카메라로 찍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리 준비한 회견문이었다. 이 할머니는 이 회견문을 읽지는 않았고, 1시간 가까이 회견문과 상관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했다.

기자회견 이후 이 할머니까 꺼내 든 이 회견문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방송인 김어준(52)씨가 이 회견문을 토대로 ‘배후설’을 들고 나오면서다. 김씨는 기자회견 다음날인 26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용수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 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이 할머니의 수양딸 A씨가 “내가 어머니의 말을 듣고 쓴 것”이라면서 의혹을 반박했다. A씨는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말하고 내가 쓰고 다시 읽어보고 수차례 고치길 반복했다. 소위 말하는 ‘컨펌(confirm)’을 여러 번 받았다. 그런데 배후설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에 들고 올라가려 한 회견문이 이와 다른 것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씨와 함께 정리한 회견문이 아니라, 서혁수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대표 등 2명의 도움을 받아 만든 회견문을 들고 올라가려고 했다는 주장이다.

서 대표 등 2명은 22∼23일 이틀간 9시간가량 이 할머니가 불러주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으며 구술 기록에 가까운 회견문을 만들었다고 한다. 할머니 뜻과 다른 내용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 문장마다 할머니 확인을 받았고 전체 과정을 녹음했다고 한다.

이 할머니가 최종적으로 이 회견문을 들고 회견장에 올라가려 했지만, 회견에서 결국 공개된 회견문은 A씨와 함께 정리한 것이었다. 서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할머니가 뒤늦게 회견문을 잘못 들고 올라간 걸 알고 역정을 냈다”며 “할머니가 급히 회견장에 가느라 회견문을 잘못 챙긴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A씨도 이 할머니가 자신과 만든 회견문을 공개한 것을 보고 이를 의아하게 여겼다고 한다. A씨는 “당연히 기자회견 때 그걸(시민모임과 함께 정리한 회견문을) 발표할 줄 알았는데 내 것을 했더라. 놀랐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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