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일부 언론에서 대단히 왜곡된 보도를 많이 하고 있다”며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책임져야 하나 이는 사실에 기반해야지 신상털기식 의혹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 피해의 삶을 증언하고 여기까지 해 온 30여 년 활동이 정쟁이나 악의적 폄훼, 극우파의 악용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이어 “사사로운 일 가지고 과장된 보도가 많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론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당선인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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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발언은 ‘윤미향 사퇴 불가피’로 흐르는 당 전체의 기류에 맞서는 역주행에 가까웠다. “나도 시민단체를 해봐서 안다. (계좌를 통한 기부금 공개는) 기부 내역을 공개하기 꺼리는 사람들이 있어 쉽지 않다”던 지난 20일 최고위 발언보다 오히려 한층 강경해진 태도였다.
그러나 이 대표를 제외한 인사들은 윤 당선인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같은 회의석상에서 김해영 최고위원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두 차례 회견 하시며 울분을 토하신 상황에 대해 참담하게 생각한다”며 “윤 당선인에게 신속하게 입장 표명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송갑석 대변인도 “이용수 할머니가 두번이나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제는 본인 입장을 말하는 것이 순리이고 도리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몇몇 의원은 윤 당선인에게 자진사퇴를 우회적으로 권유하기도 했지만 윤 당선인이 완강하게 버텼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왼쪽)과 이용수 할머니. 윤 당선인 페이스북,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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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역주행 발언’은 당내에서도 분분한 해석을 낳고 있다. 충청권 재선 의원은 “과거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많은 일을 했던 이 대표가 젊은 의원들에 비해 더 큰 동료 의식을 갖는 거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윤 당선인 영입도 이 대표가 직접 재가했던 일”이라며 “사퇴 권유는 스스로 한 일을 부정하는 일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대표라고 왜 당에 부담이 가는 일을 오래 끌고 가고 싶겠느냐”며 “윤 당선인이 자진사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러 공개적으로 감싸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야당은 이 대표 발언을 “막말이자 독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정작 자성이 필요한 것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윤 당선인의 비리와 관련해 20여일 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집권여당의 대표였기에 오늘에서는 상식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 믿었건만 혹시나가 역시나”라며 “국민의 눈높이는 안중에도 없이 사사롭고 사적인 감정으로 불법, 비리까지 감싸는 행태야 말로 신중하지 못한, 한없이 가벼운 처사와 말일 것”이라고 공격했다. 조수진 미래한국당 대변인도 “이 대표의 발언은 기함(氣陷)할 만한 것이어서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윤 당선인 의혹을 맨처음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신상털기식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믿는가”라고 물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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