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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미 정부 ‘코로나 백신’ 개발 책임자, 관련 제약회사 이사직 유지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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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 소지 비판 거세

‘모더나’ 스톡옵션도 문제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코로나19 백신 ‘초고속 개발팀’ 총책임자로 임명한 몬세프 슬라위 박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백신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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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백신 개발 책임자로 임명한 몬세프 슬라위 박사를 두고 이해충돌 비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모더나’의 스톡옵션을 보유해 논란이 된 데다, 여전히 여러 제약회사의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와 관계 있는 인사가 미국의 코로나19 정책을 자문하고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자리에 앉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슬라위 박사는 1959년 모로코에서 태어나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에서 분자생물학과 면역학을 전공한 백신 연구자다. 1988년부터 영국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30년간 근무하며 제약업계의 ‘큰손’이 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꾸린 ‘초고속 개발팀’의 총책임자로 부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미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이끄는 초고속 개발팀은 내년까지 코로나19 백신 3억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문제는 그가 백악관에 임명되기 하루 전인 지난 14일까지 제약회사 ‘모더나’의 이사를 지냈다는 점이다. 모더나는 미 정부의 세금 5억달러(6220억원)를 지원받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그가 취임한 지 사흘 만인 18일 모더나가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자, 올해 초 19달러였던 주가가 85달러로 4배 이상 급등했다. 슬라위 박사가 1000만달러(124억4000만원)어치의 모더나 스톡옵션을 보유한 사실이 언론보도로 드러났다. 논란이 되자 그는 지난 19일 주식을 팔았다.

게다가 그는 다른 제약사 이사직 사임을 거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그는 장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사 클라사도와 아티잔 바이오사이언스의 이사직은 사임하겠지만, 1억1000만달러(1367억3000만원)를 투자받아 폐렴 백신을 개발하는 수트로박스 이사직은 남겠다고 했다. 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사인 디바이드앤컨커와 모노테로스 이사직도 사임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슬라위 박사는 이해충돌 관련 법망을 피해갔다. 명목상 ‘무보수 명예직’인 슬라위 박사는 고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유관 기업 직위, 주식 보유 등을 공개하도록 한 연방정부의 이해충돌 방지 관련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 15일 트위터에 “주식 보유 금지 등 이해충돌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슬라위 박사는 모더나 주식으로 번 시세차익을 암 치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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