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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에 울고웃는 러시아펀드 "이제 볕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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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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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최근 유가 반등과 맞물려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는 원유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에너지 기업이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이 넘어 증시가 유가 흐름에 연동되는 경향이 강하다. 유가 추가 상승을 내다본다면 러시아 펀드를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 대안으로 삼아볼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2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러시아 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8.3%다. 지역별 펀드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베트남 펀드(11%)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러시아 펀드의 최근 상승세는 가팔랐던 낙폭을 고려하면 더욱 주목된다. 러시아 펀드의 지난 3개월 수익률은 -21.6%로 북미(-4.7%), 중국(-6%), 유럽(-17.9%) 등 여타 지역별 펀드보다 낙폭이 깊었다.

러시아 펀드가 V자 반등을 나타낼 수 있던 것은 유가 반등과 연관이 깊다. 러시아 증시 시가총액 절반 이상이 에너지 기업으로 구성돼 있어 유가가 강세를 나타내면 증시도 활황을 띠고, 유가가 하락하면 증시도 힘을 못 쓰는 구조다. 러시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가즈프롬을 비롯해 로제네프트, 루크오일, 노바텍 등 시총 상위에 포진한 기업 상당수가 에너지 기업이다. 유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뛰면 수익성이 높아져 주가도 상승 탄력을 받는다. 연초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맴돌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지난 3월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러시아 증시도 조정받았다. 달러 환산 러시아 증시 지수인 RTS 지수는 3월 한 달간 22.2% 떨어졌다. WTI 가격은 4월 20일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찍은 뒤 빠르게 반등했다. 이달 들어서는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서면서 지난 3월 수준을 회복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RTS 지수는 지난달부터 이달 25일까지 22.8% 올랐다.

루블화도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낮은 부채 리스크와 높은 외환보유액을 발판 삼아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유가가 바닥을 찍은 4월 20일 이후 7.2% 상승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4월 말 기준 전 세계 4위(5635억달러)로 강대국들 사이에서도 외화 곳간이 넉넉한 편에 속한다. 하반기 중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점쳐진다는 점도 러시아 증시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24일 기준금리를 연 5.5%로 0.5%포인트 내렸다.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하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3월만 해도 연 8%대를 나타냈던 러시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5%대로 떨어졌다.

러시아 증시는 유가가 갑작스럽게 고꾸라지지만 않는다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 증시는 유가 안정을 전제한다면 하반기까지 현 수준에서 10~15%가량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와 연동되는 러시아 증시 특성을 고려했을 때 최근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원유선물 ETF나 ETN 대신 러시아 펀드를 활용해볼 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장기 투자 시 롤오버 비용으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는 원유선물 지수 상품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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