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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친절한 경제] 코로나 일자리 충격, 이 사람들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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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권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취약계층, 또 그들의 일자리부터 충격을 받고 있다는 얘기는 계속해서 나왔는데, 실제로 현실에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아무래도 경제가 휘청거리면 취약한 데부터 타격을 받기 마련이지만요, 이번에 그 충격이 편중되는 정도가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것보다 더 상당했습니다.

산업연구원이 고용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 3월에 사라진 일자리들을 분석해 봤더니, 3월에 취업 상태였던 사람이 2월보다 22만 9천 명 줄어들었습니다.

그중에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은 사람이 무려 18만 7천 명이었습니다. 이번 경제 충격에서 맨 처음 줄어든 일자리의 82%가 고용보험이 없는 사람들에 집중된 겁니다.

정부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평시라고 보기 힘든 경제적 위기가 닥쳐보니까 정작 안전망이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부터 일자리를 잃더라는 현상이 뚜렷했고요.

그래서 평소에 안전망을 두루 쳐놔야 이번처럼 나라가 긴급하게 프리랜서 지원금 같은 돈을 따로 마련해서 나눠주는 경우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쌓이는 보험기금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실업급여가 나가게 할 수 있겠더라는 고민을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한 겁니다.

<앵커>

이런 식의 보호가 필요한 분들이 정확히 어떤 분들인지, 이런 경우가 또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히 알아봐야 될 것 같은데요.

<기자>

대한민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는 사람은 사실 절반이 조금 못 되는 수준입니다.

사실상 임금근로자들이 가입자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임금근로자는 89.6%가 가입돼 있습니다.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정규직은 거의 다 가입한 반면에 전체 임금근로자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이 10명 중의 7명 정도만 가입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계약해서 일하는 비기간제, 그리고 일용직 근로자들의 가입률이 낮은 편입니다.

임금근로자는 사실 일용직 포함해서 고용보험 가입이 원칙적으로 의무화돼 있지만 실제로는 취약한 쪽일수록 구멍이 나 있는 곳들이 있다는 거고요.

그리고 임금근로자랑 비슷하게 일하는데 일자리 형태가 모호한 사람들이 특히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직장갑질119란 시민단체가 어제(25일) 자료를 하나 냈는데요, 이른바 직장 내 프리랜서들, 사실상 월급을 받고 한 군데서 쭉 일하는, 월급 직장인과 비슷한 형태로 일을 하는데 '프리랜서'로 묶여 있어서 정작 고용보험 같은 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771만 명 수준이라는 겁니다.

사실 이번 코로나 국면에서 그야말로 소리소문없이 일자리가 위태로워진 사람들이 바로 여기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추산도 나옵니다.

이 771만 명은 앞으로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주에 관련 법안이 통과된 프리랜서 예술인들, 그리고 학습지 교사나 골프장 캐디처럼 산업재해 보험의 보호를 받고 있으면서 내년부터 고용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게 된 이른바 특수고용 근로자 9개 업종의 77만 명은 제외한 숫자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다는 겁니다.

<앵커>

그리고 자영업자들도 이번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자영업자들에게도 평소에 안전망을 좀 두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금 많이 나오고 있어요?

<기자>

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사람의 절반 좀 못 되는 정도만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나머지 절반에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속해 있습니다.

사실 자영업자들은 지금도 본인이 희망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영세한 자영업자라고 할 수 있는 1인 자영업자 중에서도 지금 고용보험에 자발적으로 가입한 사람은 1만 5천 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0.4% 수준입니다.

사실 여기서부터 앞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의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여럿 보입니다.

고용보험에 가입하려면 소득이랑 재산이 노출되니까 산재보험이나 국민연금 같은 이른바 준조세 비용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봐서 일부러 가입하지 않는 분들도 있고요.

또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어디까지가 어쩔 수 없는 폐업이고 어디부터가 자발적인 폐업인지 최대한 명확하게 구분해서 일보다 실업급여에 기대려는 사람들이 일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도 큰 숙제입니다.

이런 숙제들은 앞서 조금씩 짚었던 이른바 프리랜서나 특수고용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사실 비슷하게 해당되는 면들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코로나 사태로 우리 사회에 대량 실업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망, 방패가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졌습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논의해서 답을 찾을 필요가 있는 과제입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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