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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미 대선 끝나면 코로나19도 감쪽같이 사라질 것” 트럼프 자녀들의 ‘마피아’식 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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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그의 연인 킴벌리 길포일 전 폭스뉴스 앵커, 차남 에릭 트럼프와 아내 라라 트럼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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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선(11월 3일)이 지나면 코로나19도 마법을 부린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남인 에릭(36)은 최근 폭스뉴스에 출연해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지난 주말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42)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소애성애자로 거짓 묘사한 밈(유행 요소를 응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 챌린지)을 올렸다.

미국 대통령의 두 아들이 사실 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음해성 추측을 서슴없이 유포하며 아버지의 재선을 돕고 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프의 핵심 주축이 그의 자녀들이라며, 조직원들이 꺼려하는 궂은 일을 하도록 고용된 ‘해치트맨(hatchet man: 도끼를 든 사람)’ 역할도 도맡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전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대선 유세 캠프의 발이 묶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가상’ 선거캠프는 활기를 띠고 있다. 사실상 격리상태로 ‘조용한 유세’를 벌이고 있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민주당 캠프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트럼프 선거캠프에서는 세 자녀와 이들의 배우자·연인이 주축이 돼 팬데믹 시대에 맞선 온라인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연인 킴벌리 길포일 전 폭스뉴스 앵커, 차남 에릭과 아내 라라, 장녀 이방카와 남편 재러드 쿠슈너 등 6인이 선거캠프의 핵심 멤버다.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수파 결집에 나섰다. 마치 현장 유세를 연출하듯 마천루와 헬리콥터, 구름 등 화려한 그래픽이 유튜브 화면을 수놓으면 트럼프 주니어가 등장해 “4년 더”를 외친다. 이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비추고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문구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트럼프 주니어를 도와 그의 연인 길포일 전 폭스뉴스 앵커도 가상 유세 캠페인에 뛰어들었다. 트럼프 주니어는 2018년 부인 버네사 트럼프와 이혼한 뒤 길포일 전 앵커와 만남을 이어왔다. 길포일 전 앵커는 지난 22일 에릭의 아내 라라와 함께 온라인 토크쇼도 진행했다. “졸음이 오는”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왜 트럼프 대통령이 나은지 목소리를 높이며 트럼프 재선 캠프의 ‘이너서클’ 주축으로 떠올랐다.

에릭은 공공연하게 ‘오바마게이트’를 외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스파이를 심고 전화를 도청했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지만, 에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선 경쟁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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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 트럼프(오른쪽)와 남편 재러드 쿠슈너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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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애’ 자녀로 유명하다. 이방카는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일하며 여성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을 설명하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이방카는 아버지 옆자리를 지켰다. 가상 선거운동은 물론 현실 유세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한다.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최고 실세는 이방카와 그의 남편 쿠슈너라는 소리도 나온다. 이방카 부부는 백악관에서 잇달아 권력투쟁을 벌이며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 스티브 배넌 최고 전략가를 퇴출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이름을 합쳐 ‘자방카’라는 합성어까지 생겼다. 쿠슈너는 전면에 나서는 아내와 달리, 온라인 선거 전략을 세우는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녀들이 나서 아버지의 대통령 당선을 돕는 풍경은 낯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자녀들이 마치 경쟁하듯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돕는 모습이 ‘마피아’ 기업을 연상시킨다고 바이든 캠프의 고문을 맡았던 모이스 벨라는 지적했다. 트럼프의 자녀들은 ‘증오’에 가득차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전술을 사용하는 데 이는 마치 ‘마피아’ 조직의 운영행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1988~9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아버지 부시(H,W.부시) 대선을 돕기 위해 나섰던 것과도 비교된다. 당시 아들 부시는 “아버지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이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가족의 화합과 애정을 강조했다.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아버지상을 비교해 책 ‘퍼스트 데드(First Dads)’를 출간한 조슈아 켄달은 가디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족은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가족만이 ‘극도의 충성심’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미 대선에서 주로 부통령이 악역을 맡았던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자녀들이 나서 조직원들이 꺼려하는 궂은 일을 하도록 고용된 ‘해치트맨’역할을 도맡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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