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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헤럴드포럼] 하늘 수출길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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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가 탈(脫)세계화를 부추기고 있다. 전염병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응해 각국이 무역 장벽을 더 높이 쌓고 해외 진출 기업들은 그동안 구축한 글로벌밸류체인(GVC)을 자국 또는 역내 지역 중심으로 재편하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탈세계화의 전조를 보여준 사례 중 하나가 각국의 여객기 운항 제한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은 코로나19의 자국 내 확산을 우려해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사상 초유의 조치를 취했다. 2월 중순부터 우리나라에서 지역 내 감염 사례가 속출하자 한국발 여객기들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경계가 강화되었다. 우리 국민은 영문도 모른 채 현지에서 억류당하거나 해당 국 정부의 여객기 착륙 불허 조치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여객기 운항 제한 조치의 불똥은 우리 기업들의 하늘 수출길까지 튀었다.

통상적으로 여객기에는 여객 수하물을 싣고 남는 공간에 화물을 싣는데 이를 ‘벨리카고(Belly-Cargo)’라고 한다. 여기에는 반도체, 전자부품, 신선식품 등 고가 제품과 해상 운송이 어려운 품목들이 실리는데 여객기가 뜨지 못하니 화물도 같이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화물 전용기는 운항 중이지만 항공화물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여객기 운항 제한의 영향이 상당하다.

기업 사이에 항공화물 공간 확보 쟁탈전이 벌어지고, 운임도 평소보다 3~4배 이상 급등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통관 차질’과 ‘물류난’을 가장 큰 수출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하늘 수출길을 뚫기 위해 고심하던 정부와 무역협회는 결국 중소 수출기업들의 항공화물 운송을 위한 특별 전세기 투입을 결정했다. 여객기 한 대가 운송할 수 있는 화물의 무게는 약 18t인데 무역업계를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했더니 총 3346t의 운송 수요가 접수됐다. 마침내 지난 4월 29일 특별 전세기 두 대가 각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중국 충칭으로 우리 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날아올랐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무역에서 물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중요한 계기였다. 하늘을 비롯해 바다와 땅의 수출길은 인체의 동맥처럼 막힘이 없어야 한다. 물류는 GVC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GVC의 주요 생산거점인 중국 미국 독일 등의 부품 조달이 막히면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이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영국의 시장조사회사 IHS마켓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공장이 6~15일 가동을 멈추면 생산은 무려 144만대가 감소한다.

안타깝게도 여객기를 활용한 하늘 수출길이 다시 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21일 현재 한국 국민의 입국 제한 조치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와 지역은 아직도 185개나 된다. 이들 나라는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일정기간 격리 뒤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자유로운 국경 간 왕래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역협회는 이달 말 두 번째 전세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특별 전세기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일본 도쿄로 향할 예정이다.

하늘 수출길까지 막아버린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 우리 제품이 막힘없이 세계 도처로 뻗어나가길 기원한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전무 겸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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