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러 "우리환자 봐달라"… 코로나 대응 ‘K방역’ 전수 시동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모니터 연결해 방역체계 설명
의료진 보호장구 착용한 모습
선별진료·격리병동 사진 보내
"암환자 감염 두렵다" 고민 토로
조기차단 골든타임 중요성 강조
환자 진단 요청에도 흔쾌히 수락
"선별진료소 고려해볼만" 반응도


파이낸셜뉴스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전경 지난 22일 부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연해주지역암센터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원격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황상연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러시아어 통역원 부산시의 '의료기관 해외 진출 지원사업'을 통해 구축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원격진료 시스템의 화면 모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연해주암센터와 원격 화상진료 회의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K방역에 대한 관심이 높다.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러시아 연해주의 암 전문의료기관이 부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K방역 비법을 요청해왔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원장 박상일)은 지난 22일 원격 화상진료 시스템을 통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연해주지역암센터의 의료진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화상회의를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회의는 지난 19일 연해주암센터가 공식 요청해왔고, 이에 원자력의학원이 호응하면서 성사됐다.

최근 러시아 연해주는 부산보다 10배가 많은 150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방정부가 전 주민을 대상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는 등 확산 방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연해주암센터는 지역 권역 암 전문의료기관으로, 면역력이 극히 떨어진 암 환자가 대다수 입원하고 있어 환자와 의료진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깊은 고민을 표했다. 이에 같은 암 전문의료기관인 부산 원자력의학원에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 러 의료진 "우리 환자 봐달라"
이날 오후 2시 두 기관은 모니터를 통해 연결됐다.

먼저 원자력의학원 박철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우리 측의 방역체계를 설명했다. 원자력의학원은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첫 발생한 이후 같은 달 28일부터 환자에 대한 병문안 및 출입문 통제를 시작했고, 이틀 후 자체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인 방역체계를 구축했다.

박 전문의는 "저희 병원의 최대 대응 목표는 병원 내 코로나19 유입 차단 및 확산 방지였고, 이는 의료진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암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하지만 인력과 장비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직원 교육과 방역 시스템을 먼저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의학원은 의료진의 보호장구 착용 모습과 선별진료소, 격리병동 운영 모습을 사진으로 내보였다.

또 황상연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기도 했다. 황 전문의에 따르면 최근 췌장암을 앓던 65세 여성은 수술을 받은 이후 39도까지 열이 나면서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였다.

다행히 진단검사 결과는 음성. 이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암성 발열로 진단을 내리고 항암 치료를 통해 열이 내렸다. 당시 병원에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조치까지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황 전문의는 "병원 내 환자의 바이러스 감염은 매우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조기에 확산을 막기 위해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해주암센터는 질문을 던졌다. '진단검사는 어떻게 시행하고 있으며, 무증상 환자가 바이러스 감염자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묻자, 박 전문의는 "진단검사는 정부 지침에 따라 시행하고 있으며 무증상 외래환자의 경우 역학적 위험요소가 있다면 가능하면 진료를 연기하고 있다. 다만 급한 경우 격리병동에서 의료진이 보호복을 착용하고 진료를 본다"고 말했다.

또한 연해주암센터에서는 현재 입원 중인 한 환자에 대한 CT 검사 결과를 보내 원자력의학원 측의 진단을 구하기도 했다. 이에 원자력의학원도 흔쾌히 수락했다.

이처럼 원자력의학원과 연해주암센터는 국경을 넘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댔다.

연해주암센터 구리나 루드밀라 암 전문의는 "러시아에서 환자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한국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만일 병원 내 바이러스가 퍼질 시 환자들을 살려내지 못할까 몹시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방역체계는 매우 전문적이며 높은 수준에 있다. 원자력의학원처럼 모든 대응체계를 갖추긴 어렵겠지만, 사진과 같이 적어도 의심환자를 구별하기 위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것은 고려해봐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선 선별진료소 자체를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매우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거의 진단검사를 받지 못한다.

■'K방역'발판, 외국인환자 유치 박차
두 기관이 코로나19에 대한 공동대응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지난 2018년 개소한 원격진료센터를 통해서다.

현재 원자력의학원에선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의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사업'을 통해 연해주암센터를 비롯한 러시아 야쿠츠크 북동연방대학교병원과도 의료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상호 의료진 연수,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바롭스크 암센터와의 러시아 세 번째 원격진료센터를 추가로 개소해 러시아 환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원자력의학원은 지난해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거주하는 환자 등 러시아 외국인 환자를 꾸준히 유치하면서 올해 부산시 의료관광 선도 의료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산의 의료관광 시장은 2018년 기준 러시아 국적 환자가 전체 32.2%(4927명)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를 빚으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비대면 의료, 즉 원격진료 시스템이 빛을 발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올해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도 부산에서 치료를 받고 본국으로 돌아간 환자의 사후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 지원사업을 부산 의료기관에 펼칠 예정이다.

박상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원장은 "K방역을 근간으로 한 환자들, 특히 면역이 억제된 암 환자들을 위한 진료 노하우를 러시아와 의료기관에 공유하는 것은 기쁜 일"이라며 "앞으로도 국제 의료 협력 및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해외 마케팅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