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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토)

[매경춘추] 공익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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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5월 이맘때쯤 그리운 고향 집 한쪽 담벼락에는 어머니가 심어두신 작약꽃이 만개했다. 담벼락 주위에는 나비와 벌들이 꽃을 찾아 모여들었고, 어린 마음에 꽃 주위에 모여 있는 벌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다가 화난 벌들에게 쏘여 혼나기도 했다.

이러한 어릴 적 추억이 우리 자녀들과 더는 공유할 수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몇 년 전 벌들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발생해 우리나라 꿀벌 개체 수가 전멸 직전에 도달했다는 내용을 보았다. 문제는 꿀벌 개체 수 감소가 단순히 누군가의 추억이 사라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작물 중 약 52%에 이르는 종이 꿀벌의 수정에 의존하고 있다. 꿀벌이 줄어들면 식량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작은 곤충이 불러오는 경제적 가치는 무려 5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꿀벌이 창출해내는 엄청난 '공익적 가치'는 꿀벌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하는 자명한 이유일 것이다.

공익적 가치를 지니면서 전염병으로 위기에 처한 집단은 꿀벌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발 경제위기로 인해 우리 주변의 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작년에는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저성장 국면을 맞이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우리 경제와 기업이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그중에서도 꿀벌처럼 작은 중소기업들 어려움은 더욱 크다. 올해 코스닥기업 1분기 결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코스닥기업 10개 중 4개는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충격이 2분기에 가장 클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 이처럼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월결손금 공제기한 합리화 등 중소기업을 위한 세제 지원과 신성장기술 사업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등 기업 규모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꿀벌을 보호·관리하고 양봉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제정된 '양봉산업법'이 올해 8월 시행된다고 한다. 정부가 꿀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꿀벌처럼 작지만 기업 생태계에서 꼭 필요하고 나아가 우리 경제의 '미래'이자 '성장동력'의 핵심인 중소기업의 위기에도 정부의 더 많은 관심과 과감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꿀벌의 날갯짓이 그리워지는 5월 끝자락에서 우리 중소기업들이 훨훨 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기대해본다.

[정재송 코스닥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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