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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상속세 부담·누적된 재정난에…경매로 보물 내놓은 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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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간송미술관이 K옥션에 출품한 ‘금동여래입상’(보물 284호)과 ‘금동보살입상’(285호)


소장품 경매 출품 ‘사상 처음’
신라·통일신라시대 불상 2점
시작가 각각 15억원으로 설정
“공공기관이 소장하게 됐으면”

간송미술문화재단(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가 지정문화재 보물인 신라·통일신라시대 불상 2점이 경매에 나왔다.

국보·보물 44건을 비롯해 수천여 점의 문화재를 소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재정난 등으로 소장품을 경매에 출품한 것은 처음이다. 문화계 관계자들은 출품 소식이 알려진 21일 “한국 고미술 컬렉션을 상징·대표하는 간송미술관이 재정난으로 소장품을 내놓다니 충격이자 안타깝다”며 “간송미술관 내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재정난 타개책이 마련되고 출품작은 공공기관에 소장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간송미술관이 미술품 경매사 K옥션에 출품한 2점은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과 285호 ‘금동보살입상’이다. K옥션 전시장(서울 신사동)에서 이날 오후부터 26일까지 프리뷰로 선보이고 있는 이들 불상은 오는 27일 오후 K옥션 경매장에서 경매가 이뤄진다. 경매 시작가는 각각 15억원으로 잠정 책정됐다.

‘금동여래입상’은 통일신라시대 초기인 7세기 중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은근한 미소를 띤 입과 얼굴·옷주름의 표현,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자세 등이 특징이다. 6~7세기 제작된 ‘금동보살입상’은 신라 지역인 경남 거창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제 불상의 면모도 엿보인다. 두 손으로 보주를 받든 모습과 양옆으로 펼쳐나간 옷자락 등은 백제 불상으로 일본 호류지(法隆寺)에 소장된 ‘구세관음보살입상’과 유사하다.

간송미술관은 일제강점기에 ‘민족문화 수호’를 강조한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일본으로 유출될 위기에 처한 문화재들을 수집·보존하기 위해 1938년 국내 첫 사립미술관으로 세운 ‘보화각’에서 시작됐다. 간송은 당시 전 재산을 들여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한 고전적, 겸재 정선·혜원 신윤복의 화첩 등 회화, 추사 김정희 등의 서화, ‘상감청자운학문매병’ 등 최고 수준의 도자 등을 수집해 ‘문화재 독립운동가’로도 평가받는다.

간송미술관은 2018년 타계한 간송의 장남 전성우 전 간송문화재단 이사장과 간송의 손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장까지 3대에 걸쳐 소장품을 지켜왔으나 상속과정에서의 상속세, 누적된 재정난으로 일부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았다.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사실 별도의 특별한 수익 사업을 하지 않다 보니 그동안 재정적 어려움이 쌓여왔고, 큰 고심 끝에 출품을 결정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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