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 첫 재판날인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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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면제를 이유로 소송이 각하돼서는 안 된다"며 국제법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국가면제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세워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법상 원칙으로 일본은 이 원칙을 내세워 한국 법원이 이번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4회 변론기일을 20일 진행했다. 이날도 일본정부 측 대리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원고 측 대리인은 '국가 면제론'을 이번 사건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국제법 전문가인 백범석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신청을 받아들여 다음 기일인 7월22일 오후 4시 백 교수의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원고 측은 이날 증인신청 외에도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해 국가면제가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일본의 재판 과정이나 사법절차의 내용을 보면 일본사법절차로 구제과정을 거친 것이 전혀 없다"며 "일본최고재판소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주장인데 이는 소송 당사자 의견으로 (법정에서) 제시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엔워킹그룹이 상설중재재판소에 의한 해결을 권고했으나 일본이 거부해 최종수단으로 선택한 게 이번 민사소송"이라며 "일본의 사법절차로 구제된 것이 전혀 없는데도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국가면제를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도 제시했다. 대리인은 "국제연맹이 1926년 노예협약을 채택했는데 노예란 어떤 사람 소유로 취급되는 사람의 지위나 상황을 말한다"며 "일본 위안부 피해자들이 최소한의 자율성과 이동의 자유, 성적자기결정권 등 인간 존엄성을 침해해 (할머니들이) 노예 상태였다는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또 국제노동기구의 1996년 일본정부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일본군 위안소에서 이뤄진 인권침해·여성폭력은 국제노동기구 협약상 금지사항을 위반됐다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곽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숨진 피해자의 유족 20명은 2016년 12월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우리 법원행정처가 보낸 소장을 반송하는 등 소송 서류 접수를 여러 차례 거부해 그동안 재판이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지난해 3월 법원이 일본정부에 손해배상 소송 소장과 소송안내서 번역본을 공시송달했고 그해 5월부터 송달 효력이 생겨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공시송달이란 민사 소송법에서 당사자의 주거 불명 등의 사유로 소송에 관한 서류를 전달하기 어려울 때 서류를 법원 게시판이나 신문에 일정한 기간 동안 게시해 송달한 것과 똑같은 효력을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첫 재판이 열린 지난해 1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곱게 키워준 부모님이 있는데 군인에게 끌려가고 전기고문을 당하고 1946년에 돌아왔다"며 "일본이 당당하다면 재판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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