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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예술인 고용보험 국회통과…달라지는 것과 여전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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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8일 연극 공연장이 다수 위치한 서울 종로구 대학로가 코로나19의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08. mangust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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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연극배우 A씨는 올해 봄에 대학로로 향하는 대신 서울 곳곳을 누볐다. 손에는 대본 대신 택배가 들려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출연이 예정돼 있던 공연이 무산되면서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었기 때문이다. 평생 '연극맨'을 꿈꾸던 그는 대신 어느 배송업체의 'OO맨'이 돼 있었다.

정부가 코로나 19 국면에 전 국민에게 '잠시 멈춤'을 통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청했지만, 배우를 비롯한 공연계 종사자 상당수에게는 '생계 활동을 멈추라'는 선전포고와 같았다.

20일 국회 본회의가 열려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예술인들이 코로나19 같은 재난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예술인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예술인을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고용 안전망 강화 차원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예술인에게 구직급여를 지급하고, 출산 또는 유·사산을 이유로 노무를 제공할 수 없을 경우 출산 전후 급여를 지급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르면 올해 11월게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톺아보면 개정안 내용은 현장 예술인들이 체감하기에 온도차가 크다. 특히 예술인 피보험자에 대한 구직급여 요건으로 최근 2년 동안 피보험 단위기간을 9개월 이상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

공연계는 특성상 '단기 근로'가 많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이 가장 필요한 무명의 배우들은 이 요건을 채우기 어렵다. 대학로의 상당수 공연은 3, 4개월짜리다. 폐막일을 정하지 않는 오픈런 공연이라고 해도 6개월 이상 공연을 하는 배우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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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2020.05.20. photothin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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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이 어느 정도 있는 배우라고 해도, 한 배역을 2~3명씩 나눠 맡는 것이 일반적이니 몇 개월을 연기했다고 해도 실제 산정되는 일자는 적을 수밖에 없다. 공연 전 연습일을 근무 일수에 포함시키는 여부에 대해서도 논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산업화가 되지 않은 공연계 특성상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인데 배우, 스태프 등을 고용한 제작사 등의 입장에서는 보험료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로 관계자는 "용역 계약 등이 다단계로 이뤄질 경우 '보험료 납부' 사업주가 누가될 지에 대해서도 지금까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당장 생계가 급한 예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점도 문제다. 예측대로 예술인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이 올해 11월부터 적용된다고 해도,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9개월 이상이니 실업급여 수급자는 내년 9월 이후에나 생기게 된다.

정부가 예술인 고용보험의 대상자로 추산하는 인원은 5만명. 하지만 특성상 취업, 이직 등이 많아 예상했던 것보다 투입해야 할 재정이 늘어날 경우 정부의 대처에도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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