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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행 복지제도에서는 소득을 크게 '소득인정액' '국세청의 총소득' '건보료' 등 다양한 기준으로 파악한다. 문제는 소득에 재산을 일정비율 환산해서 합산한 소득인정액의 경우 개별 복지사업이나 사회보험마다 계산하는 방식이나 재산의 포함 범위 등이 다르다는 점이다.
매일경제신문이 가상의 인물 '홍길동' 씨를 대상으로 그가 복지제도의 수급자가 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홍 씨는 월급 200만원에 기준시가 8000만원짜리 집에 거주하며 차량(평가액 1000만원)을 소유하고 예금 1000만원, 부채 500만원을 갖고 있다. 이같은 숫자를 복지로(복지 제도 통합 소개 사이트)에 넣어본 결과, 소득은 제도마다 제각각이었다. 장애수당 산정 때는 홍길동 씨의 소득은 1328만원으로 인정된 반면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1264만원으로 산출됐다. 아이돌봄 서비스 신청 때는 월급 200만원이 '소득'으로 잡혔다. 물론 이는 알기쉽게 설명하기 위해 단순화한 사례이지만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100여가지에 달하는데 소득기준도 100여 개나 있는 셈이다.
복지부는 이같은 불합리한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소득기준을 혜택을 받는 대상을 중심으로 4가지로 압축하기로 했다. 먼저 '기초생활보장형'은 소득인정액 기준으로 가장 엄격하게 수급자격을 판단하는 생계, 의료, 주거급여 등으로 우리 국민의 약 3%만 해당되는 절대 빈곤가구 대상 사업들의 소득 기준이다. 두번째는 기준 중위소득 50% 전후의 저소득층이 해당하는 사업으로 기초생활보장형 보다 선정기준이 높고 수혜 범위가 넓은 '차상위계층형'이다. 세번째가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처럼 전국민의 70%가 수혜대상이 되는 복지급여를 위한 기준이다. 마지막으로 임신출산지원금 등 일회적이고 시급성을 요하는 사업이 '바우처사업형'으로 분류된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가 4가지 소득 기준 중 '바우처사업형'에 해당한다. 신속성을 요하고 일회적인 사업이기 때문이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편리하고 정확한 소득기준이 마련된다면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사태 때 일었던 형평성이나 신속성 논란이 앞으로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 복지부의 기준을 다른 부처 사업들도 가져다 쓰고 있는 만큼 400여개에 이르는 전부처 소득 기준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혁신적인 작업"이라고 평했다.
김기남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단장은 "기존의 복지e음이 복지제도의 부정수급을 최소화하는데 방점이 찍혀있었다면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핵심은 서비스의 수혜대상자인 국민들의 편의를 높이고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라며 "일종의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밝혔다. 차세대 사회보장시스템 사업은 올해부터 3년 동안 1907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렇게 소득기준을 4가지로 손보게 된다면 사회보장제도의 3대축인 공공부조·사회서비스는 한층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한축인 사회보험 사각지대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의 사회보험 가입기준이 각 사업장 중심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4대 보험은 '일정한 사업장 내에서 근무를 하는 정규직'에 기반한다. 각 보험법에 있는 자격 기준은 정규직 기준으로 설계된 만큼 정규직이 아니면 의무가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플랫폼 경제가 확산되면서 늘어나는 특수고용종사자들의 '근로자성' 문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은 임금근로자처럼 몇몇의 사업주에 종속됐지만 용역∙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므로 자영업자 신분이다. 임금근로자의 틀을 억지로 적용해보려 해도 사업주가 여럿인 경우에는 작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최현수 연구위원은 "자격중심에서 소득중심으로 가야한다"며 "근로자성 여부와 상관없이 소득이나 매출이 발생하면 그걸 기반으로 보험료를 징수해야 하고 이것은 현실적으로 국세청이 통합징수 하지 않는 이상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4대 보험료를 통합징수하는 방안은 이미 국세청이 근로장려금(EITC)을 통해 일용근로소득 파악체계를 완비한 상태라서 별 문제가 없다.
건강보험의 경우 지역가입자로 자영업자들을 대부분 가입시키면서 이런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러나 역시 문제가 있다. 지역가입자(자영업자)와 직장가입자의 형평성 문제다. 지역 가입자의 경우 사업소득 측정이 어려워 재산을 반영하는데, 이는 소득변화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는 척도다. 최 연구위원은 "소득중심으로 가면 자영업자 소득파악 방법이 훨씬 스마트하게 될 수 있다"며 "현행 건보는 자영업자 소득파악이 어려워 재산 같은 보조지표를 보지만 현행 자영업자 근로장려금(EITC)에서 사용하는 '조정소득'의 툴을 이용하면 더 간편하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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