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4.3조 투입해 GDP 많아야 7조원 늘리는 셈
지난해 한국 GDP의 0.36% 그쳐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시작됐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의 경기부양 효과를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재정을 투입한 효과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늘리는 재정승수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재정승수란 예산이 추가적으로 1원 늘어날 경우 유발되는 GDP 증가분을 뜻한다.
19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의 승수효과는 통상적으로 예측하는 정부이전지출 승수효과(약 0.2~0.3)보다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진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팀장은 "일반적으로 승수를 계산할 때에는 평균적 상황을 가정하는 반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광범위한 곳에서 소득 충격이 발생했을 때에는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소 재정승수보다는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이번 상황을 반영해 재정승수를 계산하진 않았기 때문에 특정 숫자를 언급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구 기관에 따라 격차가 있긴 하지만 통상 한국 정부의 가계이전지출 승수효과는 약 0.2~0.3 수준으로 일컬어진다. 1조원을 투입했을 때 2000억~3000억원 가량 GDP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크게 위축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승수효과를 0.5 정도까지 높여 본다고 하더라도, 긴급재난지원금 14조3000억원을 투입해 GDP를 7조1500억원 가량 늘린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 총량(1914조원)의 0.36% 수준이다.
전 국민에게 돈을 뿌렸는데도 GDP 총량엔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돈으로 향후에 쓸 돈을 앞당겨 썼을 뿐, 추가로 소비를 늘리는 효과는 적은 것을 이유로 꼽았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은 한 국민이 안경을 새로 사고, 미용실에 가는 등의 소비를 한다면 단기적으로 소비가 늘긴 하겠지만 연간으로 보면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기한이 끝난 후 소비를 추가로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행 관계자 역시 "한은에서 재정승수를 집계하진 않지만, 통상적인 승수효과보다는 높을 것"이라면서도 "소비를 앞당겨 할 뿐, 자기 돈을 추가로 안 쓴다는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한은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액 중 일부를 2분기 GDP에 집계할 예정이다. 일반적인 국민에게 기한을 정해놓고 지급되는 신용ㆍ체크카드 충전액, 상품권 사용액 등이 2분기 GDP에 잡힌다. 정부가 기한을 정해두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쓴 돈인 만큼 GDP 상 '정부소비'로 처리하거나, 이전지출로 처리해 '민간소비'로 집계할 수 있다. 정부소비로 처리할 경우 GDP상 정부 기여도가 더 늘어난다.
한편 재정승수 효과가 생각보다 더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장옥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 국민의 60~70% 정도는 받은 돈을 먼저 쓰고, 혹시 모자라면 본인의 돈을 소비할 뿐 추가로 소비를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에도 재정승수는 0.5 정도로 측정되는 만큼 우리나라의 재정승수 효과는 훨씬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소상공인에게 돈이 돌아가기 때문에 그들의 숨통을 트는 효과는 있다"며 "소상공인에 대해 더 지원했다면 승수효과는 더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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