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난달 선물 만기를 하루 앞두고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국제유가가 수급 개선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30달러를 넘어섰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8.1%(2.39달러) 상승한 31.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6월 인도분 WTI 만기 하루전이다. 5월물 WTI의 경우 원유 저장시설 부족 문제 등으로 인해 만기일 하루 전인 지난달 20일 -37달러를 기록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인 셈이다.
원유 과잉공급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전망은 그동안 부정적이었다. 과잉생산된 원유를 저장할 곳을 찾아 원유 시장 관계자들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급 전망 역시 나아지고 있다. 원유 생산량은 갈수록 줄어드는 데 반해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전세계 수급 충격에서 원유시장이 점차 빠져나오는 모양새다.
세계 원유 생산량은 눈에 띄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일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협의체)에서 하루 원유 생산량을 970만배럴 줄었다. 이외에도 사우디 등이 추가로 100만배럴 이상의 원유 생산량을 자발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의 감소세 역시 확연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원유 생산량은 최근 6주 사이에 150만배럴이 줄어 116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이 앞으로도 50만배럴에서 10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봤다. 미국 내 원유 채굴장비 등은 잇따라 가동이 멈추고 있다.
반면 미국 내 원유 수요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인 최근 미국 내 석유제품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고 봤다. 미국 내 휘발유 수요는 평소보다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지난달 초 50% 줄었던 것이 비하면 크게 개선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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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원유 수요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원유 관련 트레이더들은 중국 내 원유 수요가 하루 1300만배럴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당시 원유 수요량 1340만배럴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여행 수요 등이 줄면서 항공유 수요가 급감한 것을 고려하면 1년 전보다 오히려 원유 수요는 더 늘어난 셈이다.
중국 내 원유 수요가 늘어난 것은 중국인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 등을 이용하면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수급 여건 개선 등으로 저장고 부족에 대한 우려도 줄고 있다. 미국 내 원유 저장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오클라호마주 쿠싱 원유 저장소의 경우 원유 재고가 줄어든 것에서 확인됐다.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프란치스코 블랑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상품 파생 리서치 헤드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에 가까워지면 원유 생산이 빠르게 늘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회복세의 고점은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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